미래에셋자산운용이 7조원 규모의 미국 고급호텔 15곳을 매입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당 호텔들이 정상 영업되지 않고 있고, 매도 주체인 중국 안방보험이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은 4일 “미국 호텔 매매계약에 대한 해지통지서를 안방보험 측에 발송했다. 계약금을 보관 중인 에스크로 대리인(Escrow Agent)에게 계약금 반환 요청서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17일 안방보험에 계약 위반사항을 15일 안에 해소하지 않으면 해지 권리가 발생한다고 통지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이 보유한 미 호텔 15곳을 58억 달러(약 7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은 호텔의 부채 내용을 적시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계약 조건 중 호텔들이 인수 시점에 정상 운영돼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현재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대출을 못 갚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선 코로나19 사태로 호텔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코로나19 이전 인수 계약을 맺은 미래에셋 입장에선 현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 셈이다.
안방보험이 제 3자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점도 문제 삼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안방보험은 (소송이)사소한 문제니 일정대로 계약을 진행하자고 했을 뿐 소송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보증을 담당하는 우리 측 보험사에서 해당 소송건은 보증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안방보험은 미래에셋이 인수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미 델라웨어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외신은 미래에셋이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는 안방보험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안방보험이 이번 사안을 이미 법적 분쟁화한 만큼 매수인 권리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