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유대인 출신 주지사가 빠르게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직장폐쇄 등 사회적 거리두기 명령을 내리자 나치 신봉자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나치식 경례인 “하일 프리츠커(주지사 이름)”,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 등 과거 유대인 수용소에서 사용되던 혐오 문구를 들고 나섰다고 미 ABC뉴스가 4일 보도했다.
지난 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내에는 J.B 프리츠커 주지사에게 사회적 격리를 중단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대 수백 명이 모였다.
팻말 중에는 “노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JB”라고 주지사를 조롱하는 문구도 있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유대인 출신이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한다’는 구절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포로수용소 수감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일하면 죽음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그릇된 희망을 심어주고자 사용한 것이다. 해당 문구는 나치의 아우슈비츠 등 다른 죽음의 수용소 문 앞에 걸려 있다.
나치 반대 시위에 참여하던 간호사인 데니스 코수트가 촬영한 해당 장면은 SNS를 타고 퍼졌으며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추모관에도 전해졌다.
추모관 측은 해당 문구를 두고 “인간 증오의 상징이 다시 사용됐다”면서 “도덕적, 지적 퇴화 현상이며 보고 있기 고통스럽다”고 트위터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일리노이주 보건당국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만8505명이며 사망자 수는 2559명에 이른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직장 폐쇠로 실업자가 된 시위자들의 좌절감을 이해하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주장을 외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결단코 보장하겠다”면서도 “그들은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시민 보호 차원에서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