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를 둘러싸고 경찰이 검찰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4개월 만에 휴대전화를 잠금해제한 검찰이 확보한 내용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제공하자 A씨 사망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은 검찰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4일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씨 휴대전화에 담긴 사망과 관련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검찰에서 일부 자료는 받았지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해 여러 가지 수사상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청장이 언급한 조치는 검찰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내용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사망 관련 내용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경찰이 검찰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돌입하는 ‘검·경 신경전’이 재연되는 셈이다. 만약 검찰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신청을 기각할 경우 검찰로부터 돌려받은 A씨 휴대전화 잠금해제 작업을 경찰 자체적으로 재차 진행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A씨 휴대전화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지난해 A씨 사망 당시 불거진 바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는 2018년 12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의 김 전 시장 수사가 청와대 하명에 의해 진행됐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주장과 검찰의 강압 수사가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검·경 갈등이 시작됐었다.
A씨의 사망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가 사망 직전까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의혹을 해소할 핵심 증거로 떠올랐다. 이에 검찰은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경찰이 확보하고 있던 A씨 휴대전화 등 유품을 압수해 갔다. A씨 사망 관련 조사를 진행하던 경찰 역시 검찰을 상대로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며 휴대전화 반환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었다.
검찰은 이스라엘에서 들여온 장비까지 투입해 약 4개월간 잠금해제 작업을 진행한 끝에 지난달에야 잠겨있던 휴대전화를 풀고 디지털포렌식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경찰에는 지난달 24일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다시 ‘잠금모드’로 전환돼 있었고, 검찰은 비밀번호를 경찰 측에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검찰은 경찰이 요청한 A씨 사망 관련 내용 중 일부 자료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제공한 내용은 극히 제한적인 문자와 통화기록에 불과해 A씨 사망 사건을 조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검찰이 협조하지 않으면 경찰로선 강제수사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