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발생한 적 없는 전남 해남지역에서 최근 9일 동안 수십차례 지진이 관측됐다. 바다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연속으로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있지만, 육상에서 이처럼 연속 지진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기상청은 전날 오후 10시7분쯤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4일 밝혔다. 규모 3.1 지진 이후에도 이날 오후 2시까지 이 지역에서는 미소지진이 총 16회 발생한 것으로 관측됐다. 전남 지역에서는 최대 계기진도 Ⅲ이 기록됐는데 이는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느끼며 정지해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달 26일 낮 12시34분쯤 규모 1.8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난 4일 오후 2시까지 총 55회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관측됐다. 규모 2.0 이상 지진 4회(지난달 28일 2.1도, 30일 2.4도, 지난 2일 2.3도, 3일 3.1도),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은 51회 발생했다.
기상청은 지진 정밀관측 및 분석을 위해 진앙지 주변부에 실시간 이동식 관측소 4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지진은 통상적으로 단층의 움직임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단층이 발견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이 지역을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역은 계기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지진이 한 차례도 관측된 적이 없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 지역에 500~600여년 전 지진이 발생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며 “오래 전에 있던 단층이 재활성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상에서는 지난해 4~10월 백령도(102회), 2013년 6~9월 충남 보령 해역(98회) 등 같은 지역에서 연속으로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우 지진전문분석관은 “백령도나 보령 해역은 이전에도 지진이 종종 발생해 연속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의 존재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해남 지역의 단층 관련해서는 연구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과거 백령도나 보령 등의 사례를 보면 연속지진이 길게는 6달 이상 발생하는 만큼 해남 지역에서도 연속지진이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추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진 발생시 낙하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진동이 멈춘 후 야외로 대피하며 여진에 주의하는 등 행동요령에 따라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