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키스 때 성기 반응 느꼈나” 여고생 성교육 황당 과제

입력 2020-05-04 15:11

서울 동작구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50대 여성 교사가 학생들의 성적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초·중·고교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교사들의 비상식적인 과제가 논란이 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앞서 울산 북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팬티 빨기 숙제를 내 공분을 산 바 있다.

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동작구에 위치한 A여고에서 기술가정 과목을 가르치는 B교사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 ‘끌림의 시작 사랑, 가정의 시작 결혼’ 단원 원격수업을 진행하고서 온라인 학습과제로 각자의 사랑 유형을 묻는 설문조사를 내줬다.

설문지에 담긴 50개의 문항 가운데 일부가 문제가 됐다. ‘우리가 처음 키스하거나 볼을 비볐을 때 나는 성기에 뚜렷한 반응(발기, 축축함)이 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가 좋아서 키스를 했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들과 바람피우는 것을 좋아한다’ ‘만일 나의 애인이 다른 사람의 아기를 갖고 있다면 나는 그 아기를 내 자식처럼 키우고 사랑하며 보살펴 줄 것이다’ 등 다소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알게 된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학교 측은 해당 자료를 온라인상에서 모두 삭제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다만 B교사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주의 조치를 주는 데 머물렀다.

A여고 측은 “해당 설문조사는 오래 전에 만들어진 미국 유명 학자의 자료”라며 “학생 눈높이에 맞는 설문g조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옛 자료를 갖다 쓴 게 문제가 된 것 같다.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말씀드렸고, 징계 여부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구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4일 내부회의를 열고 B교사의 설문조사와 관련해 다시 한 번 내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