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부서도 “실패”라는데… 지성호·태영호 옹호한 홍준표

입력 2020-05-04 14:39
홍준표 자유한국당 (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3월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무소속 수성구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태영호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당선인을 옹호했다.

홍 당선인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 신변 이상설이 터졌을 때 측근들에게 ▲중국·북한 국경지대에 중국군의 움직임이 있는지 ▲평양 시내에 비상조치가 취해졌는지 아닌지 ▲한국 국정원의 움직임이 있는지를 지켜보라고 했다”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며 운을 뗐다.

홍 당선인은 이어 “탈북 국회의원 당선자들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사태에 대해서 충분히 그런 예측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며 “그걸 두고 문재인 정권이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도 처음에는 당황했다. 미국조차도 갈팡질팡하지 않았던가”라며 “암흑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상식적인 추론을 했다는 것을 이유로 이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만하라”고 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앞서 지 당선인과 태 당선인은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제기했다. 지 당선인은 “김 위원장의 사망 확률이 99%”라고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잠행 20일 만에 활동을 재개하며 신변이상설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에 두 당선인을 향한 정치권 안팎의 비난이 쇄도했다.

특히 당 내부에서 “오버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4·15 총선에서 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결과적으로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의 억측과 주장은 믿을만한 정보 자료의 미흡과 과거 유사 사례의 패턴 분석에서 실패한 것이다”라며 “제발 실력을 갖추자. 제발 오버하지 말자. 제발 ‘동굴’에 갇히지 말고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사고를 확대하자”라고 비판했다.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도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당선인의) ‘99% 사망 확신’ 같은 발언은 너무 나갔던 것 같다. ‘걷거나 일어서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태 당선인의 답변도 일반적인 관측 내지는 추측이라 조금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두 당선인이)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도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대북 소식통보다는 정부 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언론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태 당선인은 4일 공식 사과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 등장 이후 지난 이틀 동안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 제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을 절실히 실감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적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