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독설’을 제기했다가 오보로 드러나 비판받은 미국 CNN방송이 이번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후계자 가능성을 집중보도했다.
CNN은 3일(현지시간) ‘김여정의 정치적 부상이 북한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해 말하는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제1부부장이 실질적 2인자로 올라선 배경에 대해 분석하며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를 설명했다.
앞서 CNN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위독하다는 보도를 처음 내놨다. 그러나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공개 석상에 나타났고 CNN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부풀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CNN은 이 기사에서도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김 위원장의 20일간의 행적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그의 불가사의한 부재는 북한 미래 계획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을 떠오르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비만이고 담배를 자주 피우며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이 그를 승계하기 전에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김 제1부부장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라고 보고 있다”며 “그럴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의 핵심에 여성이 놓이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 사회가 엄격한 가부장적 분위기인 것을 고려하면 이같은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북한에서 여성은 순종을 강요당하며 다른 모든 일보다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또 2015년 탈북한 강나라씨를 인터뷰해 북한 내 여성의 지위를 대신 설명했다. 강씨는 “북한에서 여성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며 “남성이 돈줄을 쥐고 있고 모든 사회적 지위는 남성의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18년 공개한 보고서에는 ‘북한에서는 성폭력이 워낙 만연해 일상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CNN은 밝혔다.
CNN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제1부부장이 여성 통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제1부부장이 ‘백투혈통’이라는 점과 김 위원장과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함께해 공감대를 나눌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북한의 정치·문화상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 외에는 김일성의 합법적 후손이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 박석길 한국지부장 역시 “성별이 극복할 수 없는 요소는 아니다”라며 “북한의 가부장적 체계에서 성별이 먼저 고려되긴 하겠지만 백두혈통은 이를 넘어설 것”이라고 봤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