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두고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인포데믹’ 현상의 파급력이 확인된 가운데 그 매개체가 된 언론이 북한 정권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내외 언론의 무분별한 김정은 관련 보도에 일침을 가했다. 정 부의장은 “미국 언론 매체 또는 한국 내부의 언론들의 정보력에 대해서 자기(김 위원장)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설왕설래하는 그걸 지켜보면서, 아마 재미를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언론들이) 지금 헛소리를 이렇게 하는데 한국의 정보 당국과 미국의 정보 당국은 제대로 보고 있구나, 언론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전략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의 잠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대개 자가 격리가 한 2주 된다, 108주년 (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도 참배도 안 하고 안 보이길래, 이건 역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피접(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요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전날 발생한 북한군 우리측 감시초소(GP) 총격에 대해서는 “9·19 군사합의서에는 위배”되지만 도발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쪽에서 어떤 일을 했는가 하는 것도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며 “김정은 유고설이 한창 나돌 때 미군 정찰기, 우리 정찰기가 엄청나게 많이 휴전선 상공을 배회하고 동해상으로 비행을 했기 때문에 북쪽으로서는 겁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외신이 김 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방문을 ‘우라늄 추출’과 연관 지어 해석한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 부의장은 이미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사탕수수밭이 널려 있는 쿠바에서 주스를 농축해 설탕을 빼낸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