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L 한국인 ‘2+α’의 법칙

입력 2020-05-04 13:26 수정 2020-05-04 14:08
지난해 10월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베르티 뮤직홀에서 열린 ‘2019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3일차 경기에서 펀플러스 피닉스 미드라이너 ‘도인비’ 김태상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역동성이 부각되는 스포츠에서 우연적 요소가 모여 형성된 법칙은 팬들에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주곤 한다.

중국 LoL 프로대회(LPL)는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왕좌를 차지하며 일약 세계 최고 무대로 인정받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한국인 선수의 활약이다. 자국리그나 국제무대에서 우승한 중국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두 포지션에 여지없이 한국인 선수가 있었다. 흡사 축구의 브라질처럼, e스포츠에서 한국 선수의 위상은 여전히 확고하다.

롤드컵 우승 경력이 없던 중국은 2018년 말부터 반전의 서막을 올렸다. 당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인빅터스 게이밍(IG)은 10~11월 열린 롤드컵에서 경기력이 폭발하며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팀 허리는 ‘루키’ 송의진이 든든히 받쳤고, 탑라인에는 ‘더샤이’ 강승록, ‘듀크’ 이호성이 있었다.

IG의 기세는 2019년 스프링 시즌으로 이어졌다. ‘롤드컵 라인업’을 보전한 IG는 정규시즌 11승 4패로 2위에 올랐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탑 스포츠 게이밍(정규시즌 3위), 징동 게이밍(정규시즌 8위)을 잇달아 격파하고 우승컵을 들었다.

같은 해 여름부터는 펀플러스 피닉스의 독주가 시작됐다. 이 팀에도 한국인 선수가 두 포지션에서 발군의 활동력을 보였다. ‘오더 내리는 미드’로 알려진 ‘도인비’ 김태상은 넓은 챔피언 폭과 정확한 콜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탑라인에선 ‘김군’ 김한샘이 묵직한 라인전으로 팀의 밸런스를 완성시켰다. 이들은 서머 정규시즌에 이어 롤드컵까지 재패하며 LPL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20년에도 중국 리그에서 한국인 선수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 첫 우승컵의 영예를 안은 징동 게이밍(JDG)에는 ‘카나비’ 서진혁(정글)과 ‘로컨’ 이동욱(봇)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서진혁의 경우 정규시즌 ‘맨 오브 더 매치(MoM)’ 13회 수상과 함께 MVP를 거머쥐며 팀 내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내국인 8인에 ‘카사’ 홍하오쉬안을 추가한 로스터를 구성한 탑 e스포츠의 경우 결승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우승에는 닿지 못했다.

이번 스프링 정규시즌 MoM 순위를 보면 서진혁 외에도 김태상(13회, 공동 1위), 송의진(11회, 3위), 강승록(8회, 공동 5위) 등 한국인 선수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도 중국 리그가 전성기를 이어간다면, 그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인 선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