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예능’이라는 평가에도 tvN ‘대탈출3’ 정종연 PD는 담담했다. “최고보다는 유일한 예능을 만들고 싶어서 달려왔어요. 한두 시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바랄 게 없어요”. 정 PD는 예능의 뉴노멀을 이끌면서 기존 작법을 과감히 탈피했다. 스릴러에 두뇌게임을 결합해 웃음까지 만들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주간의 휴방을 거친 후 3일 방송 재개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 PD는 “특별한 재미를 위해 부지런히 달리겠다”고 말했다.
‘대탈출’ 시리즈는 2018년 시작됐다. 밀실의 경계를 뛰어넘는 국내 유일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에 시청자는 매료됐고 지난달 1일 시즌3을 론칭했다. 포문이 열리자 어김없이 ‘이게 진짜 예능 맞냐’는 말이 나왔다. 국내 예능 사상 전례 없는 거대한 밀실 세트가 구현됐고 영화를 보는 듯한 심장을 조이는 전개가 이뤄졌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마니아층 팬덤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확장됐고 예능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투자받을 수 있었다.
‘대탈출’ 시리즈의 중심은 세트이고 정 PD의 촘촘한 설계가 빛을 보는 공간이다. 제작된 밀실 세트 안에서는 천연 그대로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 PD는 날 것의 웃음을 가치 있게 여긴다. 연출자가 미리 그려놓은 큰 그림 안에서 작위적인 방식의 웃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여기고,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는 세트 제작에 공을 들인다. 그렇다 보니 제작 기간은 보통 예능보다 2배 길었다. 시즌을 거치며 오를 대로 오른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게 고차원의 세트를 탄생시키면서 방심하고 지나쳤을 곳곳에 ‘아차!’ 싶을 장치를 넣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각 시즌의 세계관이 교묘히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마치 미리 계획돼 있던 것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시청자의 주된 반응이 ‘소름 끼친다’ 일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어둠의 별장’에 나온 천마도령은 시즌2의 ‘조마테오 정신병원’에 등장했던 장기두였다. 더 놀라운 것은 천마도령의 존재가 시즌1에서도 언급됐었다는 점이다. 정 PD는 “예능이지만 회마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풀어가다 보니 에피소드끼리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재미를 주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요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PD는 특유의 심리전을 사랑하고, 전력은 화려하다. 숨 막히는 심리전을 벌였던 ‘더 지니어스’ 시리즈와 두 개의 대립한 사회로 이뤄진 통제된 원형 마을에서 펼치는 ‘소사이어티게임’ 시리즈는 여전히 걸작으로 남아있다. ‘대탈출’과는 어떤 차이를 뒀을까. 그는 “전작은 경쟁과 생존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대탈출’의 중요 테마는 협동과 체험”이라며 “경쟁요소에서 오는 긴장감을 낮추고 스토리를 확장해 체험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예능 두뇌쇼의 선봉장이니만큼 경쟁자는 곧 자신이다. 스타 PD 반열에 일찌감치 합류하고도 여전히 자신과 싸움 중이다. 그는 “오래 준비한 프로그램이지만 심리적 여유는 없었다. 끊임없이 답사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며 “론칭을 앞두고는 항상 부담도 있고 두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자신이 쌓은 탑에 또 하나를 얹기 위해 그는 오늘도 부단히 연구한다. “새로운 스토리를 수혈하고 신선한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웃음)”.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