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성추행 수사 난항…피해자 입 막은 ‘2차 가해’

입력 2020-05-04 11:33
사퇴 기자회견하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경찰청이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인 만큼 피해자 진술이 중요하나 피해자 측은 2차 피해 우려로 진술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한 지난달 23일 내사에 착수해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이 10일째 경찰에 고소 여부를 알리지 않아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그동안 부산시청 직원 등 참고인 조사와 고발인 조사를 하고, 성추행이 벌어진 시장 집무실 구조를 파악하는 한편 주변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물증인 시장 집무실 내 CCTV 영상이 없어 피해자 진술이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 피해자 측은 개인정보 노출 등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씨는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제 신상을 특정한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 일체를 멈춰주시길 강력히 요구한다”며 “부산일보와 한겨레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향후 제 개인정보를 적시한 언론 보도가 있을 시 해당 언론사에 강력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측은 오 전 시장 사퇴 이후에서야 고소 여부를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지만,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행법률상 경찰은 피해자에게 진술을 강제할 수 없다.

경찰 측은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절차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