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가정의 달 풍속도가 크게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린이들은 갈 곳이 마땅치 않고 어버이날 기념행사는 대부분 축소·취소됐다.
4일 광주 각 자치구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에 많은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적으로 개최해온 5월 가정의 달 행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동구는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어린이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나눠주던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올해 생략한다. 어버이날 동구노인복지센터 주관으로 진행하던 카네이션 행사도 갖지 않기로 했다.
서구도 가정의 달 행사를 전면 중단하는 대신 중·고교 개학에 맞춰 청소년 어울림마당 행사를 소규모로 열기로 했다. 참석인원을 최소화한 청소년 동아리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광산구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케이크를 전달하는 비대면(언택트·untact) 형식의 어린이날 기념행사로 변경했다. 어버이날도 청사 1층에서 가훈 써주기, 꽃바구니 전달 등 조촐한 기념행사만 치르기로 했다. 각 자치구는 해마다 개최한 ‘효행상’ 수여식의 경우 각 가정에 직접 상장을 배달하는 것으로 대신할 예정이다.
학교개학 지연으로 온라인 수업 중인 어린이들은 1년에 하루뿐인 어린이날 부모들의 손을 잡고 갈 곳을 찾기가 어렵다. 광주지역 어린이날 단골 방문지인 광주우치공원동물원은 지난 2월23일 문을 닫았다. 이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오는 6일 70여일 만에 다시 문을 연다.
하지만 어린이날 직후부터 운영에 들어가 어린이들이 무척 아쉬워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놀이기구를 갖춘 인근 패밀리랜드가 3월부터 재개관한 게 위안이지만 자녀들의 감염을 우려한 부모들이 나들이를 꺼리는 경향이 뚜렷해 예년 같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직공원 전망타워와 광주시민의 숲 야영장 등도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을 계기로 다시 운영되지만 이 역시 어린이날 다음날인 6일부터 방문객을 맞는다.
그동안 휴관에 들어갔던 스포츠·문화·공연·전시 시설들도 대표적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 꼽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린이날인 5일부터 뒤늦게 개막하는 올해 프로야구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열리면서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아빠 손을 잡고 가던 야구장을 당일 찾지 못한다.
각종 문화시설들도 6일 이후에나 어린이들을 맞는다.
지난 2월25일 휴관에 들어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1회당 10명으로 제한된 ‘ACC 산책’ 프로그램을 6일부터 진행한다. 드넓은 문화전당의 자연 풍경과 지하공간 위주로 들어선 대형 문화공간 5곳의 특성을 꽃과 나무를 따라 1시간여 동안 걸으며 만끽하는 야외투어 행사다.
참가자들은 평일 무료코TM와 주말 유료코스(5·18주먹밥과 돗자리 제공)로 나눠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민주평화교류원과 어린이문화원, 하늘마당 잔디밭 등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다양한 공연작품을 선보여온 광주문예회관도 2월27일부터 잠정 휴관에 돌입했다가 정부 권고에 따라 관람석 생활 속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재개관을 준비 중이다.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립광주박물관 등도 5월 중 개관을 목표료 전시공간 등을 점검하고 있다. 광주시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가정의 달 행사가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취소되거나 연기됐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4학년인 김모(12)군은 “어린이날이 휴일이지만 동물원 코끼리도 프로야구도 볼 수 없다니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