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찰서 목소리 내면 ‘꽃뱀’ 가만있으면 ‘헤픈여자’ 된다”

입력 2020-05-04 10:18
연합뉴스

임은정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 성비위 문제와 관련해 고발한 전·현직 검사들이 모두 불기소 처분된 데 대해 “황당하다”며 해당 사건을 재언급했다.

임 부장검사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15년 전국에 파다하게 소문났던 사건이다. 술자리에서 부장검사가 여검사들한테 ‘추행 좀 하자’라며 추행을 하고 만졌다”며 “또 ‘부적절한 행동인지 아는데 알려줄게’ ‘급소를 가르쳐줄게’하며 일으켜 세워 배 밑을 손으로 찌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귀족검사이다 보니 검찰 수뇌부에서 덮어버렸던 사건인데 서지현 검사가 ‘미투’를 하면서 이 사건을 언급했고, 그 바람에 숨겨놨던 감찰 기록을 수사했었다”며 “이 사건의 경우 더 문제가 되는 게 이를 덮어버렸던 수뇌부의 행동이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했는데 (그들은) ‘피해자들을 위해 덮었다’고 최근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 그런 봉변을 당하고 문제제기하면 ‘꽃뱀’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헤픈 여자라고 ‘몸 로비’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검찰은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며 “그래서 서지현 검사도 한동안 병가 내고 못 돌아왔다. 이후 명예훼손으로 동료들을 고발했고 서초경찰서가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 지휘를 올렸지만 검찰이 기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차 피해를 검찰에서 조장하고 묵인하는 상황인데 피해자들을 위해서 한 결심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불기소 이유가 나왔다”며 “꼭 입건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공문서가 나가버리니까 좀 많이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또 “서지현 검사 미투에 따른 검찰의 교훈은 ‘성추행하지 말자’가 아니라 ‘피해자와 목격자들을 챙겨주자’다”라며 “서지현 검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인사를 챙겨주지 않아 서운하고 삐쳐서 저런 미친 짓을 한다고 간부들이 뒤에서 하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 김수남 전 대검 차장 등 9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각하)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2018년 “김 전 총장 등이 감찰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이들을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