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제명에 연금 박탈?…‘성폭행’ 왕기춘의 몰락

입력 2020-05-04 05:24
뉴시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32·사진)이 유도계에서 완전히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재판 결과에 따라 지급 받던 연금까지 박탈될 전망이다.

대한유도회는 이르면 다음 주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를 열어 왕기춘에 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유도회 관계자는 “왕기춘 측에 소명기회를 준 뒤 공정위원회를 열 예정”이라며 “3일간의 소명 기간을 거친 뒤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왕기춘의 범죄 사실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영구제명과 삭단(유도 단급을 삭제하는 행위) 징계가 불가피하다. 관계자는 “성폭행은 유도장을 운영할 수 있는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박탈까지 발급기관에 권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서 입상해 받는 ‘체육연금’ 박탈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체육인 복지사업 규정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연금 수령 자격을 박탈하게 된다. 미성년자 성폭행은 유죄가 입증되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실하다.

왕기춘은 지난 1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다음 주 중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왕기춘은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73㎏급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유도계 스타였다. 2009년과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수차례 사건사고로 구설에 올랐다. 2009년에는 경기도 용인의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고, 2014년에는 육군훈련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영장에 다녀왔다. 2014년 용인대 유도부의 체벌이 논란됐을 때는 체벌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려 비난받았다.

왕기춘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은퇴했다. 이후 대구에서 유도관을 열어 생활체육 지도자와 유튜버 등으로 활동해왔다.

왕기춘의 이름을 따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유도관의 일부 운영자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한 유도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 힘들어졌다”며 “당장 간판부터 바꿔달아야 할 처지다. (왕기춘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