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독일 호텔로 ‘코로나 피난’을 떠나 공분을 산 태국 왕실이 군부가 만든 마스크를 검수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육군 최고사령관이 태국 국왕과 왕비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은 모습은 모순적인 왕실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3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마하 와찌랄롱꼰(68) 태국 국왕은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군부가 제작한 마스크를 직접 검수했다. 네 번째 부인인 수티다(42) 왕비도 함께 한 자리였다. 와찌랄롱꼰 국왕과 트레이닝복 상·하의를 맞춰 입은 수티다 왕비는 재봉틀 앞에 앉아 직접 마스크를 만드는 모습까지 선보였다. 이 마스크는 대중에게 나눠주기 위해 태국 군인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메일은 관련 사진들을 전하며 한 육군 대장이 국왕 앞에서 엎드려 굽실거리거나 다른 병사들은 무릎을 꿇고 기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사진에는 와찌랄롱꼰 국왕이 수티다 왕비가 만든 마스크를 건네받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겼다.
매체는 와찌랄롱꼰 국왕과 수티다 왕비가 동반으로 출현한 것은 국왕이 독일 바이에른주로 ‘피난 휴양’을 떠난 지 불과 한 달 만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와찌랄롱꼰 국왕은 4성급 호텔 전체를 빌려 20여명의 첩과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왕을 신격화하는 태국에서 왕실은 절대적 존재지만 국민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 피난을 간 왕실에 분노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태국 정부가 코로나19로 불거진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태국 최대 부호인 왕실을 놔두고 기업가들에게 기부를 요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 ‘우리는 왕이 왜 필요한가’(#whydoweneedaking)라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전개된 이유다.
태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안정세를 보이지만, 확산세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2969명이다. 이 가운데 54명이 목숨을 잃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