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들의 혈액이 수천만원을 호가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캔토 바이오커넥트 등 미국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완치자들로부터 기부받은 혈액을 전 세계 백신 개발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며 “350달러부터 많게는 4만 달러에 이르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된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코로나19 완치자들의 혈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43만원에서 4986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는 말이다. 엄청난 가격이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각국 업체들이 고가의 혈액을 사들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임상시험과 검증을 위해서는 양성 혈액 샘플이 무조건 필요하기 때문이다.
NYT가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캔토 바이오커넥트는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완치자 혈액을 1㎖당 350달러에 판매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거세진 지난달 22일에는 가격을 500달러(약 61만원)로 올렸고 같은 날 950(약 116만원)까지 높였다.
또 혈액 내 항체 수치가 높을수록 비싼 가격을 매겼다. 그중 최고가는 4만 달러에 달했고, 1000~2000달러(약 122~245만원)씩 ‘프리미엄’을 더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거래는 보통 미국 연구소와 백신 개발업체를 상대로 이뤄지지만 눈에 띄는 주요 고객층 중 하나는 영국이다. 공중보건 체계가 중앙집권화돼 있는 영국은 그동안 정부가 혈액 샘플을 싼 가격으로 연구소에 공급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각 기관이 자체 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영국은 기증받은 혈액을 제3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보건법상 불법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 경우 다른 나라에서 기증 절차가 이뤄지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쓰인다고는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뒤 혈액을 기증했다는 알레시아 젠킨스(42)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 때문에 항체 검사 개발을 도와달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헌혈했다”며 “내 피가 수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기자의 전화를 받고 난 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염병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누구든 정말 슬프고 잘못된 일”이라며 “내 혈액을 시애틀의 비영리 병원에 대신 기증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혈액을 채취한 캔토 바이오커넥트 측은 “기증자들의 혈액 채취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비용이 많이 든다. 힘든 시기에 인류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며 폭리 의혹을 부인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