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식’ 지르기…태영호·지성호 후폭풍

입력 2020-05-03 18:30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에 당선된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인.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위중설·사망설에 불을 지폈던 미래통합당 태영호,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의 ‘아니면 말고 식’ 지르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거나 “걷지 못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결국 ‘가짜 뉴스’가 돼 버렸는데도 이들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북한 출신 인사일수록 언행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고, 지 당선인은 지난 1일 언론에 “지난 주말에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주말쯤 북한이 김정은 사망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런데도 태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건강 이상설은 일단 불식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는 최고 기밀 사항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유체이탈식’ 화법을 구사했다. 그러면서 “김정일이 짧은 거리도 걷기 힘들어 사용하던 차량이 다시 등장한 것을 보면서 의문은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재차 제기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직접 두 당선인을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기자들을 만나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도 근거없는 주장을 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두 당선인의 사과와 당 차원의 징계를 촉구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들이 국회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또다시 어떤 가짜 뉴스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릴지 모른다. 통합당은 두 당선인에 대한 처리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당 총선 후보였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틀린 주장이 입증됐으면 겸허하게,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변명을 거듭하거나 정치적 쟁점화로 대응하는 것은 야당의 신뢰가 추락하는 결과가 된다”고 꼬집었다.

심희정 임성수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