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금융시장, 미·중 갈등 악몽 재현될까 예의주시
4월 수출 전지역 감소
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 높았던 금융시장도 ‘불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한국 경제 앞에 미·중 무역 갈등 재발이라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19발(發) 수요 침체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짙어질 경우, 수출·금융시장까지 강한 충격파가 미칠 수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전(全) 지역에 걸쳐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 미국(-13.5%), 중국(-17.9%), 유럽(-12.8%), 일본(-12.0%) 등 주력 시장 수출이 일제히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3월만 해도 미국으로의 수출은 9.2%(2월), 16.8%(3월) 늘었다. 일본과 유럽으로의 수출도 3월 기준 13.1%, 9.5% 각각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주력 시장의 대체 시장으로 육성해온 신남방·신북방 국가 수출도 처참한 수준이다. 아세안 수출은 1년 전보다 32.9%, 독립국가연합(CIS) 수출은 42.0% 각각 줄었다.
문제는 이러한 수출 쇼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중이 코로나19의 확산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무역 전쟁 재발 위험은 높아지는 분위기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비판여론을 돌리기 위해 대중(對中) 강경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이미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2018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월 들어 겨우 영향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코로나19 습격에 이어 미·중 무역갈등 재현 상황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 수요 위축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중 마찰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수요는 더욱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갈등 재발 조짐은 코로나19로 신음하던 금융시장에도 불안감을 부쩍 높이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지수는 2.55% 내린 2만3723.69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2.81%, 3.20% 하락했다. 미·중 충돌 격화 우려에 투자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은 탓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간신히 회복세를 보인 시장에 미·중 무역갈등 재현 조짐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이 조만간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승인(EUA)을 허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라는 악재가 이런 호재를 덮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외국인 순매도’ 장세가 펼쳐진 배경에는 미·중 갈등의 심화가 있었다”며 “과정이 어떻든 미·중 분쟁은 한국에 불편한 이슈”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양민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