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이 4·15 총선 참패에 휘청거리는 당을 수습하기 위한 시나리오 공모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여 견제를 비롯한 원내 전략이나 일하는 국회 비전이 구색맞추기식으로라도 제시됐던 과거 경선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다. 통합당이 총선 패배 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한 탓이 크다.
당내에선 원내대표 후보들의 당 수습 방안조차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벼락치기 경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당선인 9명 중에선 ‘21대 당선인 총회를 열어 향후 지도체제를 논의하자’는 신중론이 가장 많다. 주호영 서병수 김기현 당선인 등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전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이명수 조해진 김태흠 당선인은 전당대회를 열어 외부 인사 아닌 당대표를 세워 쇄신을 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이 당선인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 뽑는 원내지도부 중심으로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코로나 정국에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20%대까지 무너지며 출범 후 최저치를 찍은 통합당 지지율을 감안할 때 당 쇄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권영세 당선인은 비대위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 당선인은 조기 전당대회 주장에 대해 “국민 신뢰를 잃어 당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우리끼리 뭔가 해보자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가 연말까지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직하며 강력한 혁신위원회를 가동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이명수 김태흠 의원 2명뿐이다. 후보 대부분이 출사표를 선뜻 던지지 못하고 있다. 참패한 당에서 자리 욕심을 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4~5선 당선인들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 모여 향후 지도체제와 원내대표 경선 출마 여부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 일각에선 오는 8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이 지속될 경우 초·재선들이 나서 쇄신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초선(40명)과 재선(20명)은 통합당 지역구 당선인 중 71.4%를 차지한다. 한 당선인은 “초선 대부분이 지금까지는 숨을 죽이고 있지만 불만은 이미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김경택 김이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