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석유화학 업황 부진 원인
공시대상기업 당기 순이익 반토막
현대차 총수는 정몽구 재확인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매출 및 자산에서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상위 5대 그룹의 비중이 일부 줄었다. 대기업 집단 안에서 최상위급 기업과 그 외 기업 간 경영 실적 격차가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쏠림 완화 현상이 지난해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의 매출 타격에 기인했기 때문에 마냥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상위 5개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52.6%로 지난해(54.0%)보다 소폭 하락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상위 5개 집단 비중은 55.7%로 지난해(57.1%)보다 줄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반도체나 석유화학 등 상위 집단이 주력으로 하는 업종 불황에 따른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고민이었던 ‘대기업 쏠림현상’이 일부 완화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뻐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48조원으로 1년 전보다 44.5%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내세워 온 삼성, SK, LG 등의 순이익이 많이 줄었다. 정 국장은 “(5대 기업) 쏠림현상이 일시적 현상인지 하나의 추세인지 지금 단계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업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지난해보다 5곳 증가한 64개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사모펀드(PEF)인 IMM인베스트먼트가 공시대상에 처음으로 올랐다. 에이치엠엠(옛 현대상선)과 장금상선, KG, 삼양도 새로 공시대상에 편입됐다.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34개로 지난해와 같았다.
공정위는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총수를 정몽구(82·사진) 회장으로 유지했다. 그동안 재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고령인 데다 최근 정의선(50) 총괄수석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정 부회장을 동일인(대기업 집단의 실질적 지배자)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통상 총수 사망을 제외하고는 동일인이 바뀌지 않지만, 공정위는 2018년 삼성그룹의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바꿨고, 롯데그룹에 대해서도 신격호 총괄회장 생전에 옥중에 있는 신동빈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었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그를 중심으로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 계열사 지분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