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 시간이 길어지자 친구와 함께 등산을 시작했다. 집과 회사만 오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김씨는 “등산을 해보니 집콕으로 축 처지는 기분도 사라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에 지친 사람들이 탁 트인 공간으로의 ‘나 홀로’ 야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쌓인 ‘코로나 블루’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밀접 접촉 우려가 적은 야외활동으로 그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3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45일 만에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두기)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그간 억눌려왔던 외부활동에 대한 수요가 더욱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3일 옥션에 따르면 4월 한달 간(1~27일) 전월 동기 대비 야외활동 용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캠핑용품의 판매가 늘었다. 캠핑장에서는 텐트 간 먼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 탓이다. 그 중에서도 솔로캠핑 관련 용품의 판매 신장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1인용 텐트는 206%, 개인용 침낭은 107% 판매가 늘었다. 그 외에도 각종 텐트는 69%, 캠핑 테이블과 캠핑 의자는 각각 114%, 90% 더 판매됐다.
같은 이유로 타인과 멀찍이 떨어져 혼자 즐길 수 있는 낚시도 인기다. 바다낚시 용품은 31%, 민물낚시 용품은 56% 더 팔렸고, 초보자들을 위한 낚시 세트도 86% 판매가 늘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 자전거는 최대 72% 판매량이 늘었고, 헬멧·보호장비(66%), 라이딩용 가방(83%), 자전거 라이트(62%) 등 관련 장비도 잘 팔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등산족도 늘었다. 환경부와 공원공단에 따르면 2월 23일~4월 19일까지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객은 12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44.2% 늘었고, 계룡산(35만9000명)은 47.3%, 치악산(12만5000명)은 34.3% 증가했다. 앞서 김씨의 경우처럼 기나긴 집콕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혼자 또는 가족 및 친구와 함께 소규모로 등산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위메프에서는 3월 말부터 4월 12일까지 등산화가 직전 2주 대비 54% 더 팔렸다. 4월 20~29일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된 아웃도어는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2017년 4월 21~30일의 아웃도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것의 2배 가까운 증가율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봄 날씨가 찾아오고 오랜 집콕 생활로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야외활동 관련 상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낚시, 등산, 자전거 등 탁 트인 야외공간에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