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에 지친 사람들…캠핑·등산 즐기러 “나 혼자 간다”

입력 2020-05-04 08:50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행 후 첫 주말인 지난 4월 25일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서 국립공원공단 관계자 등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안전한 산행 캠페인'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직장인 김모(2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 시간이 길어지자 친구와 함께 등산을 시작했다. 집과 회사만 오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김씨는 “등산을 해보니 집콕으로 축 처지는 기분도 사라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에 지친 사람들이 탁 트인 공간으로의 ‘나 홀로’ 야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쌓인 ‘코로나 블루’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밀접 접촉 우려가 적은 야외활동으로 그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3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45일 만에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두기)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그간 억눌려왔던 외부활동에 대한 수요가 더욱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3일 옥션에 따르면 4월 한달 간(1~27일) 전월 동기 대비 야외활동 용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캠핑용품의 판매가 늘었다. 캠핑장에서는 텐트 간 먼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 탓이다. 그 중에서도 솔로캠핑 관련 용품의 판매 신장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1인용 텐트는 206%, 개인용 침낭은 107% 판매가 늘었다. 그 외에도 각종 텐트는 69%, 캠핑 테이블과 캠핑 의자는 각각 114%, 90% 더 판매됐다.

지난 3월 캠핑 명소인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포 해변을 찾은 캠핑족이 텐트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이유로 타인과 멀찍이 떨어져 혼자 즐길 수 있는 낚시도 인기다. 바다낚시 용품은 31%, 민물낚시 용품은 56% 더 팔렸고, 초보자들을 위한 낚시 세트도 86% 판매가 늘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 자전거는 최대 72% 판매량이 늘었고, 헬멧·보호장비(66%), 라이딩용 가방(83%), 자전거 라이트(62%) 등 관련 장비도 잘 팔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등산족도 늘었다. 환경부와 공원공단에 따르면 2월 23일~4월 19일까지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객은 12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44.2% 늘었고, 계룡산(35만9000명)은 47.3%, 치악산(12만5000명)은 34.3% 증가했다. 앞서 김씨의 경우처럼 기나긴 집콕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혼자 또는 가족 및 친구와 함께 소규모로 등산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 아웃도어 매장 전경. 신세계백화점 제공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위메프에서는 3월 말부터 4월 12일까지 등산화가 직전 2주 대비 54% 더 팔렸다. 4월 20~29일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된 아웃도어는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2017년 4월 21~30일의 아웃도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것의 2배 가까운 증가율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봄 날씨가 찾아오고 오랜 집콕 생활로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야외활동 관련 상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낚시, 등산, 자전거 등 탁 트인 야외공간에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