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붙어다녀야 하는데, 기숙사 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하죠?”
수도권의 한 기숙형 고교에 다니는 3학년생 이모(18)양은 ‘5월 등교개학’ 논의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가 고3 학생을 필두로 순차적 등교 방안을 검토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등교 2부제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국에서 학생이 모여 함께 숙식하며 생활하는 기숙형 고교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탓이다.
충남 공주 한일고 등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기숙형 고교는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성이 일반 고교보다 높다. 학교 여건상 1인 1실을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고된 수험생활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고3들은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숙형 고교 학생들은 수업을 오전·오후로 나눠 듣는 2부제나 등교 시간 조정 등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양은 “교실에선 서로 거리를 두고 앉더라도 기숙사에서 4인 1실로 생활하고 삼시 세끼를 같이 먹으면 소용이 없다”며 “기숙사, 학습실, 식당 등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여러 학생들이 붙어 지낼 수밖에 없어 감염 걱정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다른 기숙형 고교에 다니는 정모(18)양도 “누구보다 고3 당사자들이 개학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학교에서 1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본인 뿐 아니라 학교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면서 “뚜렷한 대책이 나오기 전까진 학교에 가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무증상 감염도 있다는데 수험생활에 지친 고3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더 취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만약 학교가 당분간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는다면 등교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숙형 고교의 경우 적지 않은 학생이 자동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양은 “집에서 학교까지 차로 1시간 이상 걸리고 대중교통은 더 걸린다”며 “1분 1초가 아까운 고3 입장에서 매일 장거리 통학을 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아직 교육 당국은 뚜렷한 지침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경기 지역의 한 기숙형 고교 관계자는 “아직 등교 개학이나 기숙사 운영 관련해서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등교 개학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을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