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도 우승입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최선을 다하면 겨울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 시즌 챔피언부터 최하위까지 제각각 다른 목표를 제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고 개막하는 2020시즌 정규리그를 한목소리로 반겼다. 사상 처음으로 화상 회의 형태로 진행돼 3일 각 스포츠채널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방송된 프로야구 미디어데이를 통해서다. 10개 구단 감독의 표정은 다소 차분했지만, 올 시즌의 각오를 밝힌 순간만은 비장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올해 개막이 늦었지만 목표를 우승으로 삼고 있다. 팬들에게 즐거운 경기를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날에 SK 와이번스의 선두를 빼앗아 우승했다. 최종 전적 88승 55패 1무로 SK와 같았지만 상대 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섰다. 그렇게 직행한 한국시리즈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4전 전승으로 스윕하고 우승했다. 올해에도 두산은 유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된다.
앞선 미디어데이 때마다 빗발쳤던 취재진의 질문은 올해 미리 수집돼 6명으로 최소화된 진행자를 통해 전달됐다. 김 감독은 올해의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시즌을 앞두고 말하기란 어렵다”면서도 “지난 시즌 상위 팀들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정규리그에서 마지막까지 우승을 경쟁한 SK,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한 키움 등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SK의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의 뼈아픈 우승 불발을 의식한 듯 김 감독보다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는 성적, 두 번째는 팀의 미래 생각하는 육성”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야구장을 많이 찾아와 응원해 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2011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처음 부임해 지금은 현역 최장수 사령탑이 된 LG 트윈스의 류중일 감독은 모자에 ‘코로나19 OUT(아웃)’을 적어 미디어데이에 임하는 노련함을 발휘했다. 류 감독은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유일하게 3할대 승률(0.340)을 기록하고 최하위(10위)로 완주한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허문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허 감독은 “경기마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겨울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1달 이상을 지연한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사상 처음으로 겨울 목전인 11월 말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허 감독은 10개 구단 감독 중 유일하게 ‘겨울 야구’로 우승 의지를 에둘렀다.
삼성 구단의 전력분석가 출신으로 올 시즌에 지도자로 데뷔하는 허삼영 감독은 “팀의 장점을 살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자존심을 기필코 회복하겠다”며 ‘왕조’ 시절의 위상을 되찾을 의지를 드러냈다.
미디어데이는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더 K호텔에 마련된 KBS N스포츠 특설 스튜디오에서 녹화된 뒤 하루를 지연하고 100여분 분량으로 방송됐다. 코로나19 유행에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방식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생중계의 누적 시청자 수는 방송 종료 시점에 약 12만명으로 집계됐다.
프로 10개 구단 감독 출사표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올해 경기가 여러 가지 일로 늦게 개막했다. 올해도 목표를 우승으로 삼고 있다. 팬들에게 즐거운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
“어려운 시기지만 겨울에 최선 다했다. 구장에서 멋진 경기를 보여 드리겠다. 팬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데, 응원해 주시면 최선 다하겠다.”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
“힘든 시기다. 의료진과 팬 여러분의 국민의식으로 프로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감사하다. SK는 2가지 플랜으로 준비한다. 첫 번째는 성적, 두 번째는 팀의 미래 생각하는 육성이다. 이런 플랜을 가지고 지난해 11월부터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했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올 시즌에 채우고, 팀이 발전하는 모습, 최선의 경기로 팬들에게 재밌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SK 응원해 달라.”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개막이 좀 늦었지만 (경기를) 하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 지난해에 아쉽게 4위였지만 올해는 준비를 잘했다. 꼭 한국시리즈로 올라가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
“우리가 그동안 해온 것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창원 NC파크에서 가을야구를 하지 못해 아쉽다. 올 시즌에 꼭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단의 슬로건인 ‘스트롱거 투게더(STRONGER, TOGETHER)’처럼 함께 할 때 강해지는 NC 다이노스를 보여 주겠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
“모든 국민과 방역 관계자들께 감사하다. 지난해에 가을야구를 못했지만 마지막에 5할 승률 달성했다. 올 시즌에는 팬들의 마음 담아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첫 가을야구 진출을 팬들에게 선사하겠다.”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
“선수들은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시즌 개막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 영상을 통해 다른 감독들을 만나 정말 반갑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팀이 가고자하는 방향성을 선수와 함께 소통하며 가진 장점 발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작은 변화 속에서 모든 경기마다 열정 가지고 자존심을 되찾겠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
“우리 선수들은 어느 해보다 굳건한 각오로 준비했다. 우리를 기다려 주신 동반자, 팬 여러분께 가슴 뛰는 야구 선사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 드린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우리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준비 잘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를 승리를 위해 최선 다하면 겨울까지 야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