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기소)씨의 범죄수익을 찾기 위한 검찰과 경찰 수사가 장기전에 접어들고 있다. 조씨는 여전히 전체 범죄수익 파악에 필요한 가상화폐 ‘모네로’ 지갑의 암호키(비밀번호)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암호키는 박사방에 참여한 전체 유료회원 파악에도 핵심 단서로 꼽힌다. 대표적인 ‘다크 코인(익명성이 강화된 가상화폐)’으로 꼽히는 모네로의 특성상 범죄수익과 유료회원 추적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는 가상화폐 지갑 암호키가 조씨 휴대전화 혹은 제3의 장소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암호키 확보를 위해 조씨의 자택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조씨 공범들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까지 전방위 수색을 벌였지만 단서를 찾진 못했다.
검찰은 조씨가 암호키를 경찰에서 포렌식 작업 중인 휴대전화에 입력해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암호키를 종이로 출력한 후 친구 혹은 공범에게 맡겨 놨을 가능성, 아무도 모르는 제3의 장소에 숨겨뒀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조씨는 암호키를 비롯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조씨의 가상화폐를 현금 7000만원으로 바꿔준 환전상 박모(22)씨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박씨가 단순한 환전을 넘어서 조씨의 다른 범행에도 관여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박씨도 아동 성착취물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법원이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에 일부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가상화폐 암호키가 확보되면 범죄수익 확보 및 전체 유료회원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모네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비트코인보다 익명성이 강화된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의 경우 개인 가상화폐 지갑에 돈이 오고 간 내역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다. 하지만 모네로는 내역을 들여다보려면 64자리 숫자와 문자로 구성된 암호키가 필요하다. 지갑 당사자가 입을 다물면 가상화폐가 지갑에 얼마나 들어왔는지 추적하기 어렵다.
그간 검경 수사는 조씨 관련 가상화폐 거래에 현금이 사용된 사례에 집중됐다. 유료회원들이 구매대행업자에게 ‘모네로를 조씨에게 전송해 달라’고 부탁한 경우 현금을 업자에게 입금해야 한다. 이렇게 직접 현금을 계좌이체한 유료회원들은 신원 특정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미 모네로를 구매해 개인지갑에 보관하고 있다가 조씨에게 전송했다면 이런 방식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가상화폐를 잘 모르는 이용자들은 포착이 가능하지만 정말 ‘선수’들을 잡아내려면 암호키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씨가 암호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결국 전체 유료회원 규모가 특정되는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