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인기 관광지였던 중국 후난성 장자제에서 현지 관광지를 운영‧관리하는 회사의 회장이 다리에서 떨어져 숨지자 사망 원인을 놓고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의 죽음은 타살 흔적이 없어 사고사나 자살로 의심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장자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신경보에 따르면 장자제 관광지 전체를 독점 운영‧관리하는 장자제 관광그룹의 다이밍칭(53) 전 회장이 지난 1일 한 고가다리에서 추락해 숨졌다.
장자제시 측은 “현재 공안 당국이 추락 원인에 대해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공안 당국은 다이밍칭의 죽음과 관련해 타살 흔적이 없다고 했다.
다이밍칭은 2018년부터 2년여간 장자제 관광그룹의 회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29일 사직서를 내고 장자제 방송TV대학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관광그룹 회장으로 지내는 2년 동안 장자제시의 관광 산업이 계속 후퇴하면서 회사의 재정상황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관광산업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회사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다이밍칭이 심리적 압박을 심하게 받았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장자제 관광그룹에 사직서를 내고 대학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 숨졌다.
장자제 관광그룹은 지난 몇 년간 영업수익이 계속 떨어지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2015년 6억7500만위안이던 이 회사의 영업 수익은 지난해 4억2500만위안으로 뚝 떨어졌다. 2016~2019년 영업수익 하락률은 12.25%, 7.18%, 14.78%, 9.21%였다. 장자제를 찾는 관광객 수도 2016년 715만명에서 2018년 596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도 한때 장자제 관광객이 한해 27만명이나 됐으나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이후 2017년에는 7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자제 곳곳의 관광지와 호텔 등의 영업이 중단되면서 올해 1분기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올 1분기 장자제의 입장객 수는 15만6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7% 줄었고, 영업이익은 79.9% 감소했다.
중국 매체들은 장자제의 이 같은 관광객 감소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광업계 타격이 다이밍칭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