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앞으로 다가온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전엔 오랜만에 토종 선수 3명이 선발로 마운드를 책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입국 후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외인 선수들이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해서다.
KBO리그 구단 감독들은 3일 공개된 2020 KBO 미디어데이 영상에서 개막전 선발로 나설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양현종(KIA 타이거즈), 차우찬(LG 트윈스), 백정현(삼성 라이온즈) 등 토종 선수 3명이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미정인 롯데 자이언츠 선발 투수까지 국내 선수로 정해지면 2016년 이후 4년 만에 총 4명의 선발진이 토종 선수로 채워지게 된다. 지난해엔 SK 와이번스 소속이었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양현종만, 2018년엔 삼성 윤성환만 토종 선발이었다. 2017년엔 모든 구단이 외인 에이스를 내세웠을 정도로 개막전 선발은 외인 일색이었다.
올해 유독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토종 선수가 많아진 건 유례없던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이다. 각 구단 외인 선수들은 뒤늦게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입국 후엔 2주간 자가 격리 기간을 거쳤다. 선발로 나서 이닝을 책임질 만한 몸 상태를 완전하게 만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못했다.
양현종은 광주에서 키움 히어로즈 외인 제이크 브리검을 맞아 개막전 첫 승리를 노린다. 양현종은 지난해 LG와의 개막전에서 6이닝 1자책을 기록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떠안았다. 2016년·2015년에도 각각 6이닝을 책임지고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에 맞설 브리검은 지난달 29일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경기에 첫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컨디션을 보여 손혁 키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브리검도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이다.
LG는 역대 9승 14패로 열세인 두산과의 어린이날 잠실 경기에 차우찬 등판을 예고했다. LG는 지난 6년간 토종 선발을 개막전에 내보내지 않았지만,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차우찬을 내세웠다. 삼성 시절 이후 4년 만의 중책을 맡은 차우찬은 연습경기에 출전해 7과 ⅓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자책으로 2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에선 최근 좋은 구위를 선보인 플렉센 대신 알칸타라가 나선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플렉센이 KBO리그 경험이 없고 어려 알칸타라에 1선발을 맡겼다”고 밝혔다. 플렉센은 브룩스(KIA)와 함께 이날 각 팀 감독들이 ‘요주의 외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선수다.
대구에선 백정현이 마운드에 오른다. 백정현은 연습경기 2경기에 출전해 10이닝 2자책(평균자책점 1.80)으로 마지막 점검에서 흔들린 라이블리(7과 ⅓이닝 4자책 평균자책점 4.91), 뷰캐넌(7이닝 4자책 평균자책점 5.14)보다 나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페이스가 가장 좋은 백정현을 내정했고, 외인들은 다음 일정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NC 다이노스는 연습경기 2경기서 7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드류 루친스키를 내세워 삼성에 맞선다.
수원 경기에 나서는 KT는 1선발 감으로 데려온 새 외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그대로 개막전에 투입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기대 받는 신인 소형준을 4선발로 활용할 방침이다. 반면 롯데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발 투수를 낙점하지 못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연막작전은 아니다. 애드리안 샘슨이 (부친 병환으로) 미국 출국했고, 댄 스트레일리가 몸이 안 좋다”며 “스트레일리와 국내 선수 중 누굴 쓸지 4일 저녁에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천에서 맞붙는 SK와 한화 이글스는 각각 닉 킹엄과 워윅 서폴드를 개막전 선발로 예고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리카르도 핀토와 박종훈을 2-3선발로, 한용덕 한화 감독은 선발 경험이 많은 임준섭을 2선발로 내세울 계획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