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체계 원상복귀에도 끝나지 않은 배민 논란

입력 2020-05-03 16:25

배달의민족이 광고 수수료 책정 방식을 기존의 울트라콜·오픈리스트 체계로 되돌렸다. 건당 수수료율 5.8%(부가세 포함 6.38%)를 적용하는 오픈서비스를 지난달 1일 도입했으나 한 달 만에 원상복귀했다. 수수료 책정 방식 전환에 따른 당장의 반발은 잠재웠지만 배민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지난 1일 0시를 기점으로 기존 체계로 복귀하기 위해 기술적 작업에 역량을 집중했고 안정적으로 복귀했다”며 “수수료 체계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입점 업주들과 협의체 구성’은 단계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 입점 업주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채널을 만들어 개선 여부, 방식, 조율 과정 등을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배민의 수수료 책정 방식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기존 울트라콜의 ‘깃발꽂기’가 파생시키는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원상복귀 됐기 때문이다. ‘깃발꽂기’는 대형 프랜차이즈 등 규모가 큰 사업자들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배민은 정률제를 도입하면서 울트라콜 개수를 3개로 제한했는데, 원상복귀하면서 이 제한도 사라졌다. 원상복귀를 해도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불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 셈이다. 배민 측은 ‘협의체 구성’을 통해 차차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우아한형제들과 입점 업주들의 협의를 통한 해결만으로는 불완전하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 거래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같은 논란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 제·개정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국회에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배민과 소비자의 관계는 선택의 영역이지만, 배민과 점포의 관계는 불공정하게 굴러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계약의 구체성, 공정성, 사전협의 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거대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기업이 경제력를 남용하고 일방적으로 거래조건을 변경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2019년 이사회 규칙’을 만들어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도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정부는 선제적으로 독과점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대폭 강화해 플랫폼 사업자만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가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플랫폼 시장은 공유·공공서비스의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소상공인이나 소비자 뿐 아니라 정계, 재계, 학계 등의 의견을 종합해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요금 체계 변경으로 혼란과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한 달 동안 오픈서비스를 운영하며 책정한 수수료의 절반은 다시 입점 업주들에게 돌려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