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등장 하루 만에 총격한 북한…사과도 없었다

입력 2020-05-03 16:21
북한이 3일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 위치한 우리 군 감시초소(GP)에 수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변 이상설’을 불식시키며 대외 활동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키로 했던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지만, 북한은 사과 없이 침묵했다. 우리 군 당국은 총격이 우발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2020.5.2 연합뉴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합동참모본부는 “3일 오전 7시41분쯤 중부전선 GP에 북측에서 발사된 총탄 수발이 피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현장지휘관 판단 하에 경고방송 및 사격 2회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총성을 듣고 GP 주변을 확인한 결과 4발의 탄흔을 발견했다. 이에 북한 GP를 향해 10여발씩 2차례 대응사격을 한 뒤 더 이상 상황이 확대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점도 방송을 통해 지적했다.

북한이 대응사격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우리 군 인원과 장비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북한군의 특이 동향도 식별되지 않았다. 총격 시간은 통상 북한군이 근무 교대를 한 뒤 장비 점검을 하는 시간대였다. 북한 GP 근처 영농 지역에서는 총격 전후 일상적 영농 활동이 이어졌다. 군은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총격이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안개가 짙어 시계가 좋지 않았고 북한 GP 위치가 우리 군 GP보다 낮았다”며 “도발이 이뤄졌다고 보기엔 부적절한 상황이지만 의도는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사격은 그 자체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9·19 군사합의는 “남북은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북한 의도 파악을 위해 오전 9시35분쯤 남북장성급 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전통문을 보냈지만 북한은 답변하지 않았다. 의도성 여부는 현재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사격이) 군사합의 위반은 맞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합참이 대응할 것”이라고만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