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상無’ 근거는 처음부터 확실했다

입력 2020-05-03 16:03

한·미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중설이 전 세계 언론에 확산된 상황에서도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특히 한·미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전에 강원도 원산으로 이동했으며, 신변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일찌감치 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자취를 감춘 지 20일 만에 다시 등장하면서 한·미 당국의 정보 능력은 다시금 입증된 셈이 됐다.

한·미 당국은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24시간 감시한다.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첨단 장비를 통한 테킨트(TECHINT·기술정보), 북한 내부통신을 감청해 얻는 시긴트(SIGINT·신호정보)와 함께 북한 내 협조자가 전하는 휴민트(HUMINT·인적정보) 등으로 북한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 북한군 움직임,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과 함께 김 위원장을 포함한 최고지도부의 위치 등 신변 사항이 핵심 추적 대상이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 위중설 소동의 시발점이었던 지난 21일 CNN 보도 때부터 북한 내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이 측근들과 함께 원산에 머물고 있다는 꽤 구체적인 정보도 제시됐다. 이 정보는 군사위성보다 정밀도가 떨어지는 상업위성이 원산 기차역에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로 추정되는 물체를 포착하며 더욱 신빙성을 얻었다.

시긴트 측면에서도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을 추측케 할 만한 징후가 없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북한 수뇌부에 이상 징후가 있다면 평양 시내 통신량이 폭증하는 등 다른 움직임이 포착돼야 하는데 그런 건 없었다는 얘기다. 군부대 및 북·중 접경 지역 동향 역시 특이점을 보이지 않은 것도 김 위원장 위중설을 반박하는 근거가 됐다.


한·미 당국이 휴민트로도 김 위원장의 신변을 파악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휴민트 정보는 외부 유출 시 북한 내 협조자가 곧바로 색출당할 위험이 커 정보당국이 극비리에 다뤘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건강 정보는 북한 지도부 내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최고급 비밀에 해당한다.

테킨트와 시긴트, 휴민트보다 관심을 덜 받는 오신트(OSINT·공개출처정보) 역시 이상징후와는 거리가 있었다. 김 위원장이 잠행 기간 외국 정상과 서신을 주고받고 감사 인사를 보내는 등 통치 활동을 지속한 사실이 북한 매체에 보도됐던 게 대표적이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경제 시찰을 이어간 것 역시 체제에 이상이 없음을 암시했던 대목이다.

김 위원장 등장으로 그동안 ‘아니면 말고식’으로 사망설, 위중설을 주장했던 인사들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북소식통 보다는 정부 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언론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수술 또는 시술을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부정확한 ‘B급 정보’가 김 위원장 위중설을 부추겼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최근 “(김 위원장은) 사실상 사망상태”라고 해 혼란을 더욱 키웠다. “혼자 걷거나 일어서지 못하는 상태(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 “사망 확률 99%(지성호 통합당 당선인)” 등등 신중치 못한 발언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됐다.

청와대는 일부 인사가 김 위원장 복귀 이후에도 건강이상설을 계속 주장하는데 대해 “이 상황에서도 근거없는 의혹을 일으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조성은 임성수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