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돕자”…국토부 해외 출장 항공권 선결제

입력 2020-05-03 15:42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항공권 선구매ㆍ선결제에 나섰다. 정부 부처 등에서 먼저 국내 항공사에 지급한 금액에서 항공운임만큼 차감하는 방식이다. 우선 국토부가 시범 운행에 나선 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경우 다음달 중순까지 모든 공공부문으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국토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입국제한 확대, 여행수요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국토부 국외여비 중 항공료 예산의 약 85%(15억5000만원)를 국내 항공사 항공권을 선결제·선구매하는 데 투입한다고 3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8일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공공부문의 항공권 선구매를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선정한바 있다.

항공권을 선구매한 기관은 향후 출장을 가기 위해 항공권을 발권할 경우 미리 지급한 항공료에서 해당 항공운임을 차감한다. 기관별로 출장형태나 출장지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선구매 대상 항공사 및 선지급액은 기관별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근거리 출장의 경우에는 30%는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권을 선구매토록 권장했다. 만약 선지급된 항공료가 온 연말까지 집행되지 않을 경우 항공사는 해당 기관에 환불하고, 이를 위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국토부를 시작으로 중앙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은 이달 22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지방공공기관은 다음달 12일 선결제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후 다음달 말까지는 최종 집행을 하는게 정부의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관별로 항공권을 선구매할 경우 전체 항공료 예산의 80%인 1600억원을 선결제하는 효과가 나온다. 항공사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에선 코로나19 사태 기간 떨어진 수익성, 노선감소 등을 메꾸기 위해 항공사들이 항공운임을 단기간에 대폭 올리는 등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정부가 추후 항공권을 구매하려고 나서더라도 실제 구매수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항공사들이 항공기 내 좌석을 비우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할 경우 최소한 좌석의 3분의 1분은 비게 되고, 항공사들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항공권 가격을 최소한 50% 인상할 수 있다고 예측한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항공업계에 자금지원 등의 대책을 시행하면서 항공사와 긴밀한 협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항공사들이 아무런 예꼬 없이 항공운임을 단기간에 터무니 없이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또 운임이 인상되더라도 선결제로 구매하는 항공권도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항공권 가격과 같기 때문에 예산 낭비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결제 이후 발권시 항공 운임은 발권 당시의 실제 운임이다. 일반소비자가 구매하는 항공권 가격과 동일하기 때문에 정부 부처 출장을 위한 항공운임만 터무니없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 선구매 대상 금액은 국외여비(항공료, 숙식, 일비 등) 중 약 40% 수준을 차지하는 항공료의 일부(80%)라 항공권 선결제를 하더라도 실무적으로 활용 가능한 국외여비가 많이 남는다. 선구매용 예산이 소진되면 나머니 국외여비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