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빼고 김정은 측근들 다 나왔다…핵심은 역시 김여정

입력 2020-05-03 15:35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 박봉주(오른쪽) 부위원장과 김덕훈 부위원장 사이에 서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한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는 공식 권력 서열 2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김 위원장 측근들이 총출동했다. 그 중에서도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공식 서열과 상관없이 김 위원장 가까이에 앉는 등 실질적 2인자의 위상을 보여 주목받았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박봉주·김덕훈·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 제1부부장이 공식 수행원으로 준공식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사망설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자리에 동행했다는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의 측근 그룹임을 인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영상과 사진을 보면 김 제1부부장은 주석단에서 김 위원장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덕훈 부위원장 사이였는데, 공식 서열순으로 주석단에 앉는 관례를 깨고 김 제1부부장이 김덕훈 부위원장보다 상석(김 위원장에 가까운 자리)에 앉은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할 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가위 받침대를 들고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준공식 테이프 커팅을 할 때 가위 받침대를 들고 서 있는 등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자리에서 김 제1부부장을 바로 옆에 둠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실질적 2인자임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부부장은 올해 들어 본인 명의로 대남·대미 담화를 내는 등 정치적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다.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준공식에 참석했다. 의전 비서 역할을 하는 현 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주석단에 올랐을 때 의자를 뒤로 빼주는 모습이 조선중앙TV 화면에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경호를 담당하는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의 모습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 주석단에 올랐을 때 현송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의자를 뒤로 빼주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공식 2인자인 최룡해 상임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 상임위원장은 지난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당 고위 간부들을 이끌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이후 아직까지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공식 서열 3위로 북한의 경제 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는 박봉주 부위원장은 준공사에서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두리(둘레)에 굳게 뭉쳐 정면돌파전의 투쟁 열의를 더욱 고조시켜 자력갱생의 훌륭한 성과들을 계속 이룩하며 사회주의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하여 필승의 신심 드높이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앞서 태양절 참배 이후 지난달 28일 방직공장 등 평양 경제현장 시찰로 공개 활동에 나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