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구르족에 일자리 준다며 전국 재배치… “사실상 강제이주”

입력 2020-05-03 15:14 수정 2020-05-03 16:34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재교육 수용소 모습.로이터영상캡처

중국 정부가 인권탄압 논란이 계속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재교육 수용소’에 있는 이슬람 소수민족 사람들을 전국 각지로 분산해 내보내는 ‘일자리 재배치 프로그램’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교육 수용소는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의 민족적·문화적 정체성을 말살시키기 위해 운영되는 시설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신장위구르 주민들에 대한 일자리 재배치도 현지 이슬람 사회 개조를 위한 강제 이주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재교육 수용소에서 교육을 마친 소수민족 사람들을 고용하도록 최소 19개 성과 시에 의무 할당량을 부여했다.

일자리 재배치 계획은 지난해 마련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올 초 일시 중단됐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활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장 지역 재교육 수용소 정책의 성공을 증명하기 위해 이 계획을 밀고 나가야 한다”며 일자리 재배치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중국 정부는 재교육 수용소가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시설이란 비난을 받자 재교육과 직업 훈련을 통해 더 나은 일자리를 찾도록 돕고 급진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를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해왔다.

한 소식통은 “수용소의 우수한 졸업생은 19개 성·시 등 여러 지방 정부에서 고용한다”며 “일자리 재배치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사태로 축소될 수도 있으나 전체적인 목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재교육 수용소에 수용돼 교육받는 사람들.CCTV영상.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발병지인 후베이성을 제외하고 전염병 확산이 주춤해지자 위구르족 노동자들을 새로운 지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촬영된 사진에는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가슴에 빨간색 조화를 꽂은 수천 명의 젊은 위구르족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 공장으로 파견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광둥성 선전은 지난해 5만 명의 위구르족 소수민족 채용을 목표로 삼았으며, 1단계로 1만5000~2만 명 정도를 받아들일 계획이다.

2009년 장난감 공장에서 위구르족과 한족 사이에 패싸움이 벌어져 1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광둥성의 샤오관시도 3만~5만명의 위구르족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푸젠성 관계자는 “수천 명의 신장 노동자들을 고용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곧 첫 번째 인력이 도착할 텐데 그들이 잘 정착하도록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후이신문은 지난 3월 “1560명의 신장 지역 노동자들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장 위구르 지역 출신 노동자들은 한 달에 평균 1200위안(약 20만원)에서 4000위안(약 68만원)을 벌 수 있으며, 현지 지방 정부가 숙박비와 식비를 별도로 제공한다. 하지만 신장 노동자들은 허가 없이 기숙사를 떠날 수 없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장 위구르 지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월 1791위안이지만 대도시 이외 지역의 급여 수준은 훨씬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신장위구르 자치구 수용소.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 노동자들의 채용에서부터 계약 조건 설정, 노동자들의 일상 생활 등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지방 공무원들은 위구르족 노동자들 집에 가서 동행해 비행기나 열차 등 교통편에 태워보내고, 그들이 현지에 도하면 곧바로 픽업해 공장까지 이송하게 된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관리들은 재교육 수용소와 일자리 재배치 계획이 위구르족 회교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곳 중 하나인 신장 지역의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호주 전략정책연구소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8만여 명의 위구르족 사람들이 중국 9개 지역의 공장으로 일하기 위해 떠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2017~2019년 ‘강제노동이 의심되는 조건’ 하에 위구르족 노동자를 전출시켰으며, 때로는 재교육 수용소에서 직접 데려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강제 이주’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보내진다는 것이다.

또 “(일자리 재배치 프로그램은) 소수민족을 겨냥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 개조 운동으로 진행된다”며 “노동자들은 격리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근로시간 외에 중국어 수업과 이념 교육을 받으며,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보고서 내용은 사실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