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코로나’ 이중고 중소기업, 국가융자 체불임금 9월까지 상환유예

입력 2020-05-03 15:08

국가로부터 융자를 받아 노동자 체불임금을 지급한 중소기업 사업주는 9월까지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중고에 시달리자 당분간 이자만 받고 원금 상환은 유예하기로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체불청산 지원 사업주 융자 상환’과 ‘체불임금 대위변제 사업장 등의 압류·추심’을 일시 유예한다고 3일 밝혔다.

공단을 통해 체불청산 지원을 받은 사업주가 2분기(6월 15일), 3분기(9월 15일)에 갚아야 할 융자 원금이 상환 유예 대상이다. 경영 애로 등으로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주에 국가가 빌려준 돈이다. 융자금은 사업자당 7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됐으며, 체불 노동자가 1인당 한도 600만원 내에서 직접 수령했다. 사업주는 유예기간 이후 돌아오는 상환 기일부터 융자금을 균등하게 나눠 갚고, 유예기간에는 이자만 내면 된다. 이자율은 담보와 신용이 각각 2.2%, 3.7%다.


체불청산 지원 사업주 융자는 1년 거치 후 2년간 분기별로 균등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에 2017년 2분기 이후 융자를 받은 사업주가 상환 유예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2017년부터 올 3월까지 1295개 사업장이 체불청산 지원을 신청해 1만9798명의 노동자가 임금을 받았다. 여기에는 국고 433억원이 쓰였다. 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2016년(247개소) 대비 갑절 이상 늘어난 516개소 사업주가 지원을 요청했다.

코로나19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사업주를 찾아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는 점이 대책의 핵심이다. 융자금 상환 유예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이미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 사업주가 대상이다.

일선 현장에선 시기적절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 생활용품 등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이번 조치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여름 일본이 예고없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했고, 매출 급감으로 직원 임금마저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A씨는 “당장 올 3분기부터 갚아야 할 원금 부담이 컸다”면서 “상황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지만 몇 달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체당금을 변제해야 하는 임금체불 사업주와 생활안정자금을 융자받았다가 갚지 못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다음 달까지 급여채권 압류·추심을 유예하고, 독촉도 보류하기로 했다. 체당금은 기업 도산 등으로 퇴직자가 임금을 못 받을 경우 국가가 체불임금을 우선 지급하고 사업주로부터 회수하는 제도다. 생활안정자금은 공단이 보증·담보 여력이 없는 노동자에 대한 신용을 보증해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6개월 이상 연체 시 직접 나서 회수하는 방식이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