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완치돼 총리 집무실로 복귀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각) 일간지 더 선과 인터뷰에서 중환자실에서 겪은 3일간의 투병기를 소개했다.
존슨 총리는 산소 호흡기에 의존할 만큼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몇 주 뒤에 태어날) 아이에게 유언을 남기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며 중환자실로 옮겨지던 당시 심정을 돌아봤다.
평소 건강이 썩 좋지 않은 데다 55세를 맞이한 존슨 총리의 코, 입에는 산소공급용 호흡기와 튜브가 끼워졌다. 그는 “(뇌졸중으로 사망했던) 스탈린의 비상상황 만큼이나 긴박했다. 의사들은 일이 크게 잘못될 것이라 판단하고 온갖 비상조치를 준비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럭비를 하다가) 코, 손가락, 손목, 갈비뼈까지 안 부러져본 것이 없지만 이번처럼 고통스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호흡기관에 의료용 관을 연결할 때 생존확률은 50대50이었다”면서 “그때는 정말...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존슨 총리가 퇴원한 지 17일 뒤, 그의 아들 윌프레드가 태어났다. 더 선은 “존슨 총리는 위중했던 2주간의 투병을 (아들 출산일에 맞춰) 제때 이겨냈다”면서 “아들의 출산을 봐야겠다는 집념 덕분”이라고 전했다. 그 심정을 전하는 존슨 총리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은 붉게 충혈됐다고 더 선은 묘사했다.
또한 존슨 총리는 인터뷰 도중 본인을 구한 의료진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의료진이 나를 돌보는 모습에서 존경심을 느꼈다”면서 “기적적인 돌봄 덕분에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고 3일만에 일반 병동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총리 부부는 아들 이름을 윌프레드 라우리 니콜라스라고 지었다. 더 선은 “총리를 구해준 의사인 니콜라스 프린스와 니콜라스 하트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사연을 소개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3월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런던 직무실에서 자가격리 상황에서도 영상회의 등 직무를 고집하던 그는 열흘 뒤 상태가 악화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집중 치료 끝에 병세가 호전돼 지난달 12일 퇴원했다. 그 뒤 보리스 총리는 지방별장에 머물며 회복에 전념했으며 지난달 27일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보리스 총리는 입원을 거부하고 화상회의를 계속했던 사연도 밝혔다. 그는 “고통을 겪은 시민들이 너무 많았다”며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상황을 막고 싶은 욕망에 이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집을 부렸지만 결국 의료진의 완고한 권고로 병원으로 향했다. 보리스 총리는 “의료진들은 매우 단호했다”면서 “돌이켜보면 그들이 나를 입원시킨 결정은 옳았다”고 덧붙였다.
더 선은 복귀한 보리스 총리가 이번 주부터 영국의 ‘폐쇄해제’(unlockdown) 계획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관들은 학부모들의 직장 복귀를 돕고자 초등학교 재개학 방안에 집중하고 있으며, 지역사회부 장관인 로버트 제릭은 사회적 폐쇄로 피해를 입은 가정학대 피해자들을 위해 7600만파운드(약 1164억원) 규모의 조치를 발표한 상황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