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몰락한 왕기춘, 장내와 달랐던 장외의 삶

입력 2020-05-03 12:13 수정 2020-05-03 13:26
왕기춘(오른쪽)이 2012년 7월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프랑스의 우고 르그랑과 겨루고 있다. 뉴시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씨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행이 불발되자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고 유도관을 운영하면서 인터넷방송 진행해 왔다. 그의 유도 인생은 앞서 출전한 올림픽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할 만큼 치열했지만 장외로만 벗어나면 나이트클럽 폭행 사건이나 체육계 체벌 옹호 발언 등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휘말릴 만큼 위태했다. 이제 성범죄자 낙인을 찍고 몰락의 길로 들어설 위기에 놓였다.

왕씨는 3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지난 1일에 적법한 절차로 발부됐다.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우려돼 사건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왕씨는 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은메달리스트다. 그해 전후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아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올라섰다. 그의 올림픽 경기는 유독 투혼으로 기억된다.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갈비뼈 골절의 고통을 참고 결승에 진출했고, 메달 획득이 불발된 2012 런던올림픽 같은 체급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가슴에 상처를 입어 출혈을 일으키면서도 승부에 임했다.

하지만 장외의 삶은 달랐다. 왕씨는 2009년 경기도 용인시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 일행과 시비가 붙어 뺨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2013년 12월에는 육군 훈련소에 입소하면서 몰래 반입한 휴대전화가 적발돼 8일간 영창 처분을 받았다. 2014년 5월 용인대 유도부의 체벌이 인터넷상에서 공론화되자 페이스북에 “후배가 맞으면 분명히 잘못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적어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왕씨는 용인대 출신이다.

2008년 광복절(8월 15일)에는 “태극기를 거꾸로 달면 MB 된다. 실수하지 말라”고 적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MB’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영문 이니셜이다. 이 전 대통령이 그해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경기를 관람하던 중 태극기를 거꾸로 든 순간을 비판한 글이지만, 국가대표의 정치적 발언은 올림픽 헌장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왕씨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발이 좌절되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 이후로 ‘국가대표 왕기춘의 실전유도 TV’라는 제목으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한 유도관 프랜차이즈를 전국 6곳에 확장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을 제외하고 페이스북을 포함한 모든 소통창구는 폐쇄됐다. 유튜브 채널의 댓글 기능도 차단됐다. 이 채널로 연결된 구독자는 약 1만6500명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