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건강이상설’ ‘사망설’ 등에 휩싸였던 오빠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며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20일간의 잠행을 깨고 등장한 공개석상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으며 사실상 ‘2인자’로서의 위상을 공식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일 전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행사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11일 이후 자취를 감췄던 김 위원장은 그간의 각종 ‘이상설’을 불식시키려는 듯 건강상 문제가 전혀 없는 듯한 여유로운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 김 위원장을 수행한 것은 이번에도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었다. 검은색 치마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행사 내내 김 위원장을 챙겼다.
행사 사진 중 일부에는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오른편에 앉아있는 장면도 포착됐다.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북한의 주요 행사자리에서는 당 간부들이 통상 비슷한 서열순으로 주석단에 앉는다. 김 제1부부장은 이런 관례를 깨고 자신보다 당내 공식 서열이 높은 김덕훈 당 부위원장보다도 상석에 앉았다.
이날 준공식은 북한이 최우선시하는 경제 분야 행사이자, 김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설’을 사실상 정면 반박하는 성격의 행사였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대규모 인파 앞에서 김 제1부부장을 옆자리에 앉게 함으로써, 자신의 여동생이 정치적 동반자이자 실질적 2인자라는 점을 대내외에 확인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권력 구도 속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은 올해 들어 점차 확대·강화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3월 청와대를 겨냥한 본인 명의의 대남 비난 담화를 시작으로 대미 담화를 잇달아 내며 ‘최고지도자의 대변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또,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활동에도 거의 매번 동행하며 ‘백두혈통’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실질적 권력 2인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해임된 것으로 추정됐던 정치국 후보위원 지위도 되찾았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20일 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다. 그가 심혈관계 질환 수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는 구체적인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후 탈북자 출신인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이 “김정은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사망설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 과정에서 김 제1부부장이 강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프닝’으로 결론 났지만,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재개와 함께 김 제1부부장의 수행 횟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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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