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했던 ‘자동차 영업사원 윤남희씨 실종사건’을 2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조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2002년 3월, 안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세워둔 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 한 대가 발견됐다. 차량 뒷바퀴의 바람은 빠져있었고, 내부에서는 누군가의 소지품이 발견됐다. 가지런히 정돈돼 있던 물건들의 주인은 한 달 전 실종된 자동차 영업사원 윤남희씨의 것이었다.
수원에서 거주하던 윤씨는 설 연휴를 앞둔 2002년 2월 8일, 오전부터 둘째 언니와 만나 함께 시장을 봤다. 이후 어린이집에 맡겨놓았던 아들을 잠시 데리고 나와 단골 미용실에서 이발을 시켰다. 회사 선배와 통화도 했다. “고객이 보자고 해서 회식에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윤씨는 이 통화를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가족은 매일 경찰서를 드나드는 등 윤씨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 둘째 날, 윤씨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을 통해 CCTV를 확인한 결과, 한 남성이 돈을 찾아간 것을 발견했다. 윤씨가 선배와 마지막 통화를 한 것은 2002년 2월 8일 오후 4시50분. 이날 밤 윤씨와 그의 남편 카드에서 총 230만원이 인출됐고, 다음 날인 2월 9일 오전 11시15분 낯선 남자가 윤씨 계좌에서 돈을 빼간 것이다.
경찰은 곧장 수사에 착수했으나 진전이 없자 공개 수배에 나섰다. 이후 한 남성이 경찰을 찾아와 자신이 CCTV 속 남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씨를 납치한 범인은 아니라는 것. 당시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태워주고 돈을 받는 일을 했다는 이씨는 “돈 찾는 심부름이라고 해서 갔더니 한 남자가 메모와 카드를 줬고, 그걸 가지고 돈을 찾아서 모텔로 돈을 배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본인이 본 인상을 여과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는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봤다. 즉, 이씨는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것이다. 경찰은 이씨의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했다. 이씨는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켰던 남성에 대해 “막일꾼 작업복처럼 옷을 다 입고 있었고, 왜소하고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노숙자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차량에서 나온 윤씨의 업무 수첩에서 메모를 발견했다. 수첩에는 ‘홍기찬’과 ‘서수원 전화국’이라고 적혀있었다. 전문가는 “자신의 이름을 대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이름을 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홍기찬’이라는 이름을 알면서 이 이름이 노출돼도 타격이 없는 사람, 홍씨와 일한 경험이 있거나 더는 함께 일하지 않는 사람이 범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건 이후 18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지만 가족들은 윤씨를 어떻게든 찾고 싶어했다. 제작진은 이에 전문가와 함께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전문가는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며 “만남 장소가 공중전화라는 것은 상대를 안심시킬 수 있는 장소”라고 분석했다. 또, 범인이 숙박업소에 묵었던 것과 관련, 그 지역에 연고가 있어 정보가 많은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범인이 도박에 빠져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씨는 “우리 사무실을 아는 건 술집 아가씨들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콜’을 알 정도면 이쪽 바닥에 대해서도 알지 않았을까”라며 “노름방 같은 곳에서 알았을 거다. 사람 차림이나 생김새가 노름꾼 스타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범인은 전과가 많은 사람으로 보이고 공격성도 높다. 윤씨 외에도 영업하는 사람에게 접근해 납치 등의 범행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부분에 수사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제작진은 방송에서 용의자의 새로운 몽타주도 공개했다. 제작진은 “용의자는 2000년대 초반 경기 남부 일대에서 영업사원을 상대로 한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고, 당시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키는 165㎝ 전후이며, 왜소한 체격”이라며 “서수원 전화국 주변을 잘 알고,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도박에 빠져있을 가능성도 큰 인물에 대한 제보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