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고용 충격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혁신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차관은 2일 페이스북에 ‘코로나 경제충격:라인강의 경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곧 들이닥칠 고용 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차관은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이 비슷한 정도의 대량 고용 충격을 겪고 있다”면서 미국의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6주간 3000만명을 초과했고, 독일 노동시간 단축제도 청구자가 750만명으로 폭증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독일의 노동시간 단축제는 경영 사정이 악화하면 해고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줄어든 임금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김 차관은 “이처럼 선진적인 제도가 작동하고 있지만, 독일의 실업자 역시 37만명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위기는 혁신을 부른다. 불가능한 대타협의 시간이기도 하다”면서 한국 역시 고용 충격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글 전문
코로나 경제충격: 라인강의 경우
미국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6주간 3천만명을 초과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8.4퍼센트가 한달 반만에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환산해 보면 실업자 450만명에 해당하는 무시무시한 숫자다.
비슷한 경제충격에도 미국에서 유독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급증한 이유는 미국 실업보험제도가 무급휴직(furlough)이나 경영상 일시해고(layoff)까지 폭 넓게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유럽 고용제도의 표준국가인 독일은 노동시간단축제도(Kurzarbeit)가 고용유지의 핵심장치다.
쿠어츠 아르바이트는 경영사정이 악화되면 노사가 합의하여 해고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단축된 시간에 해당하는 줄어든 임금 일부를 정부가 기업에 보전해 주는 제도다.
우리나라 고용유지지원금이 유급이나 무급 ‘휴직’ 상태일 때 지원하는데 반해 독일 제도는 계속 ‘근무’하고 근로시간만 줄어든다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코로나 이후 독일의 노동시간단축제도 청구자는 무려 750만명으로 폭증했다. 이 수치는 독일 경제활동인구의 17퍼센트에 해당한다. 제도가 다를 뿐 미국의 실업급여청구건수 비율 18.4퍼센트와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정평있는 고용유지지원제도가 대규모로 작동하는데도 독일의 실업자 또한 37만명이나 늘었다.
이에 따라 독일은 Kurzarbeit 외에 지난 추경에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상 직접 비용보조를 500억 유로 반영했다. 사실상의 임시 임금보조 프로그램이다.
독일 사례는 유럽 주요국가와 미국이 비슷한 정도의 대량 고용충격을 겪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대공황과 수차례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이 오랜 기간 쌓아온 제도의 성벽이 이번 코로나 해일을 막아내는데 역부족이다.
위기는 혁신을 부른다. 그리고 불가능한 대타협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각국이 미증유의 충격을 이겨낼 다양한 임시변통책을 고안할 것이다.
우리도 곧 들이닥칠 고용충격에 대비하여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