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한 빌라에서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 남성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당직판사는 2일 오후 3시5분부터 약 40분간 존속살해와 사체은닉 등 혐의를 받는 허모(41)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전날 서울 동작경찰서는 허씨에게 존속살해‧사체은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씨는 이날 오후 1시15분에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왜 살해했냐” “시신을 장롱에 넣어두고 그 집에서 생활한 게 맞냐?” “잠자고 있던 아들은 왜 죽였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법정으로 향했다.
40여분 간의 영장심시가 끝난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낸 허씨는 “피해자들을 왜 살해했냐” “살인을 계획했냐” 등의 질문에 부정하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죄송합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검거 당시 함께 있었던 여성 한모씨도 함께 영장심사를 받았다. 한씨는 ‘허씨가 살인한 사실을 알고 있었냐’ ‘그 집에서 얼마나 같이 있었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한씨가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지만 금전과 장소 제공 등 허씨의 도피를 도왔다고 보고 입건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허씨는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할머니(70)와 그의 손자 허모(12)군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새벽 긴급체포됐다. 경찰조사에서 허씨는 지난 1월쯤 금전 문제로 다투다 모친을 살해했으며 당시 잠을 자고 있던 아들도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범행 직후 두 사람의 시신을 장롱에 넣어둔 채 한씨와 수일간 지내다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자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게 된 허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했지만 3일 만에 서울 시내 한 모텔에서 붙잡혔다. 허씨의 구속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