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에서 지난해 4월에 이어 꼬박 1년 만에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1일 오후 8시21분쯤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지면서 주택 3채가 불에 탔다. 화재로 350여 가구 600여명의 주민과 22사단 장병 1800여명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동해안 봄철 대형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불이 난 곳은 산불 당시 시속 59㎞(초속 16m)의 강풍이 불었다. 초기에는 초속 6m 안팎이었으나 바람의 위력은 날이 저물면서 3배 가까이 강해졌다. 특히 미시령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94㎞(초속 26m)에 달했다.
지난해 4월 4∼6일 고성·속초, 강릉·동해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면적 3966개에 해당하는 2832㏊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재산 피해액은 1295억원에 달했고, 658가구 1524명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571억원에 달하는 국민 성금이 모금되는 등 국민적으로 관심도 집중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 같은 지난해 고성 대형산불도 양간지풍 탓에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온건조한 양간지풍은 봄철 양양과 고성(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으로, 이맘때 대형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산불이 난 고성 지역은 양간지풍의 길목이다.
1일 삼척시 원덕읍의 낮 기온이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3.6도를 기록하고 32.4도와 30.9도를 기록한 속초와 동해는 기상 관측 이래 5월 상순 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고온건조한 서풍이 불고 낮 동안 일사가 더해지면서 기온이 올라 양간지풍 위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1일 오후 10시20분을 기해 강원도 영동지역에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현재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100명, 공중진화대 20명 등 285명이 투입돼 진화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인력을 충원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