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를 기생층으로” 무신경 작명에…“모멸감” 비판 줄이어

입력 2020-05-01 15:51
SH공사가 지난 2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반지하를 '기생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SH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노후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기회가 생기는 층’의 준말로 기생층이라고 표현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SH공사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면서 “SH공사가 소유한 반지하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하겠다”며 “반지하 공간에 거주하는 세대를 지상층으로 옮기고 이 공간을 창업지원 시설, 지역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 복지시설로 만들고 기회가 생기는 층이라는 의미에서 ‘기생층’이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기생층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생층에 대해 ‘정책의 취지는 좋으나 반지하 거주민이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배려 없는 작명이다’ ‘아무리 언어유희라지만 반지하에 사는 사람을 공공기관이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것이냐’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한 누리꾼은 직접 나서서 SH공사 홈페이지 불편신고란에 기생층이라는 작명에 대해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해당 명칭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1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이용해 청년층에게 창업 등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가 생기는 복지 공간’을 의미하고자 영화 ‘기생충’을 차용했다”며 “하지만 저희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민들의 오해를 사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시민들께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까진 미치지 못해 저희의 사려심 부족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공간복지사업과 관련해 기생층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H공사는 앞으로 기생층 단어를 빼고 본래 사업 이름인 다세대·다가구 주택 반지하 공간복지·공간개선사업 등으로 부를 예정이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