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김정은 사망” 주장…전문가들 “신빙성? 글쎄”

입력 2020-05-01 15:44 수정 2020-05-03 01:34
지난 4월 1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주재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지 당선인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 같은 중요 정보에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될 지 당선인이 불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 당선인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수술 후유증으로 쇼크 상태에서 사망했고, 조만간 북한 당국이 사망 사실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 당선인은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지난 2006년 탈북해 북한 인권단체 ‘나우(NAUH)’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 당국은 김 위원장 및 북한 동향에 대해 특이사항 없다는 입장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동향에 대해 “특이사항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김 위원장과 관련, “특이동향이 없음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 연합뉴스

정부 당국의 입장과 상반되는 주장을 지 당선인이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지 당선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 당선인이 김 위원장의 신변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북한 내 고위층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된 고급 정보를 남측에서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다”며 “평양에서도 김 위원장 신변 관련 정보는 극소수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 당선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추측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는 연관이 있다”며 “다만 북한 내에서 흘러나오는 김 위원장 사망설과 같은 정보들은 과장된 게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청와대와 정부에서 특이동향이 없다고 확언을 했는데, 정부 당국에서 확신이 없으면 자신 있게 말을 못 했을 것”이라며 “근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정부 당국에서 특이동향이 없다고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특이한 건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참배하지 않은 것뿐이고, 장기 잠행은 과거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내에서 특이동향이 있을 시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최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중 국경지대에서 특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 사망이나 유고와 같은 특이사항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적은 것이다.

지 당선인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국회의원 당선인으로서의 무게감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지 당선인은 단순한 탈북민 신분이 아니라, 21대 국회 당선인으로서 사실상의 국회의원 신분”이라며 “국회의원은 개별 헌법기관인데 지 당선인은 본인 발언의 무게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