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출 금융위기 수준 하락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로
수출의존도 높은 경제 큰 충격
‘코로나 경제 충격’이 내수에서 수출로 넘어가고 있다. 국내는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진행 중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지난달 수출은 24.3% 급감하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본격적인 부진의 시작을 알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이 36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감소폭이 2009년 5월(-29.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수입은 15.9% 감소한 378억7000만 달러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9억4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이어진 흑자 행진이 끝났다. 해외에서 버는 돈이 훨씬 많은 ‘수출 코리아’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주요국 경제 봉쇄 영향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미국 유럽 등에서 3월 중순 이후 확산했다. 우리 경제는 2~3월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내수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했으나 4월부터는 제조업 수출 부진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수출은 대(對) 미국(-13.5%) 중국(-17.9%) 유럽(-12.8%) 줄줄이 급감했다. 주요 수출 품목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두 자릿수 감소했다. 한국의 대표 성장 먹거리인 반도체는 14.9% 줄었으며, 선박(-60.9%), 석유제품(-56.8%), 자동차부품(-49.6%), 디스플레이(-39.1%), 자동차(-36.3%), 석유화학(-33.6%), 철강(-24.1%), 일반기계(-20.0%) 등도 대폭 감소했다. 조업일수 감소와 연중 최고 수준을 찍었던 지난해 수출에 대한 기저효과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3월에는 주로 대중국 수출이 부진했으나 4월에는 미국・EU・아세안 등 전 지역 수출이 감소했다”며 “코로나19는 금융위기, 기존 바이러스 위기, 저유가 위기 등을 모두 아우르는 미증유의 복합 위기”라고 밝혔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한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멈춰도 수출길이 열리지 않으면 전체 경제 회복이 더딜 수 있다.
다만 주요국에 비해 내수시장이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과거 2008년 위기 때와 달리 수입이 비교적 덜 감소했다. 수출 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는 불황형 적자는 아닌 것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성공적인 방역으로 우리나라 내수 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나타낸 것도 일시적인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했다”며 “수출 급감은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련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에서 한국산 방역제품 수요가 커진 바이오·헬스(29.0%)와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컴퓨터(99.3%) 등은 크게 증가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