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위’ 메릴랜드 주지사 “韓진단키트, 비밀 장소에 보관 중”

입력 2020-05-01 14:27
한국산 진단키트 맞으러 공항에 나간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와 유미 호건(왼쪽) 여사. 호건 주지사 SNS 캡처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들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를 현재 비밀 장소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계 여성과 결혼해 ‘한국 사위’로 불리는 호건 주지사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한국산 진단키트 공수 과정에 대해 “엄청나게 소중한 화물이었다. 주민 수천명을 살려낼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포트 녹스’(Fort Knox)와 같았다”고 밝혔다. 포트 녹스는 켄터키에 있는 군사기지로, 미 연방정부의 금괴 보관소가 있는 곳이다.

‘연방정부가 압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없었냐’는 질문에 호건 주지사는 “찰리 베이커 메사추세츠 주지사가 공수해온 마스크를 몰수당했다고 이야기해 약간 걱정이 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수송 과정은 매우 복잡한 절차였다. 한국과 22일간 밤낮으로 거래를 진행했다”면서 “한국 대사관, 국무부 인사들과 대화했고 과학자들은 이 진단키트에 대해 파악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또, 미 식품의약처(FDA)와도 조율 과정을 거쳤다며 “(화물이 한국에서 출발하기) 24시간 전 FDA와 출입국관리소의 승인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에서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륙해 미국에 안전히 도착하기를 바랐다”면서 “필요한 주민에게 전달되는 것을 누구도 방해할 수 없도록 화물을 경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단키트를 실은 항공기가 도착한 날 주 방위군과 경찰을 공항에 배치한 것이 이같은 이유였다며, 통상 대한항공이 오가는 버지니아주 델레스 국제공항 대신 다른 공항으로 들어오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고 했다.

호건 주지사는 “현재도 비밀 장소에서 주 방위군과 경찰이 함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검사에 필요한 면봉, 시약 등 다른 장비 부족으로 인한 한계가 여전히 있다며 검사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메릴랜드주는 지난 18일 한국에서 코로나19 검사 50만회가 가능한 분량의 진단키트를 공수해왔다. 한국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인 랩지노믹스 제품이며, 이날 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려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건 주지사와 부인 유미 호건 여사가 직접 공항에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호건 주지사는 이틀 뒤인 20일 브리핑을 통해 쉽지 않았던 공수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진단키트 물량 확보가 어려웠던 지난 3월 말 이수혁 주미대사와의 통화에 유미 호건 여사를 동참시켜 “한국 진단키트를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한국 쪽 파트너와 메릴랜드 당국 간 논의가 시작됐고, 의견 조율을 위한 통화는 거의 매일 밤 이뤄졌다.

결국 한국산 진단키트는 논의가 시작된 지 22일 만에 메릴랜드에 도착했다. 호건 주지사는 브리핑에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한국 파트너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신의 아내를 “이번 작전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웠다.

메릴랜드주의 검사 건수는 한국산 진단키트 확보 전까지 총 7만건에 불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50만회의 검사는 메릴랜드주의 신속히 환자를 가려내는 능력을 극적으로 늘리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