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남녀의 뇌는 다르게 진화했다’는 내용의 부모 교육용 카드뉴스를 게재했다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등에 ‘남자의 뇌를 가진 아빠, 공감이 뭐길래 꼭 배워야 하나요?’라는 카드뉴스를 올렸다. 지난달부터 ‘아버지를 위한 자녀교육가이드’라는 주제로 게시되고 있는 시리즈의 제3탄이었다.
카드뉴스에는 “왜 아빠는 엄마에 비해 공감을 잘하지 못할까” “체구가 작았던 인류는 공동체 안에서 각자 역할을 나눠 수행했고,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구분했다” 등의 문장이 등장했다.
남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눠 설명하기도 했다. “엄마는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양육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고, 아빠는 사냥과 낯선 적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는 식이다. 이어 “이 과정에서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가 점차 다르게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여자의 뇌는 양육을 위해 공감과 의사소통에 더 적합하게, 남자의 뇌는 효과적인 사냥을 위해 논리·체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데 더 적합하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핵가족 형태로 공동체가 변화한 뒤에도) 아빠의 뇌는 여전히 공감 및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데, 이는 자녀와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아빠가 엄마 등으로부터 공감과 소통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논리는 이른바 ‘진화심리학’으로 불리는 심리학 내 소수 분파 학문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계열 학자들은 남녀의 뇌가 성 역할에 따라 진화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실험, 통계 등으로 입증된 적이 없어 다수 과학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성 불평등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오히려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네티즌은 트위터 등에서 교육부의 카드뉴스가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비판이 쏟아지자 게시한 지 몇시간 만에 게시물을 삭제했다.
교육부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부모지원센터에서 EBS 프로듀서와 심리학과 교수 등 부모 교육 전문가를 섭외해 제작하는 콘텐츠”라고 카드뉴스 제작 경위를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카드뉴스가 시대적으로 뒤처지고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우선 삭제했다”며 “양성평등 전문가 조언을 받아서 수정·보완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