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상생일자리재단 광주형일자리 ‘일등공신’ 될까

입력 2020-05-01 10:20 수정 2020-05-01 10:24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시민들의 간절한 열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노동이사제 도입과 원·하청 관계개선, GGM 임원 적정 임금 책정, 시민자문위 설치, 현대차 추천 이사 해촉 등 그동안 요구해온 5개항은 철회합니다. 대신 신설될 광주상생일자리재단, 노사상생위원회를 통해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한 광주형 일자리의 진정한 취지를 살려나가고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달 2일 노사상생협약 탈퇴를 선언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등 노동계가 최근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해 고뇌어린 결단을 내렸다. 광주형 일자리를 모태로 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주요 주주들이 노동계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지난달 29일 사업 정상화를 극적으로 이끌어냈다.

한국노총 등은 광주시가 전격 제안한 광주상생일자리 재단 설립과 GGM 내의 노사상생위원회 설치를 전제조건으로 주장해온 노동이사제 도입 등 GGM 관련 쟁점 5개항을 과감히 철회했다. 노동이사제 도입 등은 노동계가 광주형일자리 논의과정에서 일관되게 유지해온 최소한의 요구여서 이 같은 ‘양보’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달 초 노사협약 무효를 선언한 노동계가 우여곡절을 거쳐 27일 만에 광주형 일자리에 복귀함에 따라 한동안 무산 위기에 처했던 광주형 일자리와 GGM 완성차 공장 건립사업은 일단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박광태 합작법인 GGM 대표이사, 윤동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 등 3명은 지난달 29일 ‘광주형 노사상생의 완성차 공장 성공을 위한 합의서’에 전격 서명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노동이 존중받는 광주형 일자리를 위해 설립하기로 합의한 가칭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의 경우 중앙정부의 승인 등 법적 절차를 마치고 문을 열기까지는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필요하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등 노동 서비스 플랫폼 기능을 전담할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이라는 묘수를 어렵사리 찾아냈지만 설립과정에서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개연성은 여전하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광주형일자리 구원투수로 등장한 일자리재단은 노사상생 실무와 노동·일자리 정책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광주노사민정협의회 운영을 지원하고 지역 노동계의 동의와 참여 속에 광주형일자리 교육·훈련, 노동정책 개발을 통한 노사갈등 예방사업도 맡게 된다.

광주형일자리뿐 아니라 광주시 노동정책 전반의 구심점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일자리재단이 노동관련 단체와 기구 등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GGM에 설치하기로 한 상생위원회는 현대차 등 주요 주주들과 체결한 투자협약서와 노사상생협약의 이행을 위한 독립자문기구로 그 성격을 규정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투자를 통해 주식회사로 탄생한 GGM의 한계를 따져볼 때 강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한계가 있다.

GGM은 치열한 논의와 고민 끝에 상생위 설치를 받아들이는 대국적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노동계가 현대차와 노동계간 중재를 떠맡아야 할 박 대표이사의 퇴진을 불과 얼마 전까지 요구했다는 점에서 ‘봉합’된 상처가 언제 덧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노사 간 신뢰가 지켜지지 않으면 소모적 논쟁만 유발하게 된다는 의미다. GGM은 노사와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생위원회를 위원장 포함 5명으로 설치해 GGM 상생노사발전협의회 출범 이전까지 노사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대표이사에게 개선방안을 제안하도록 했지만 흔쾌히 개선방안이 실천될지는 미지수다.

광주형 일자리와 GGM 성공 여부의 핵심은 결국 광주시와 현대차, 노동계가 지난해 1월 체결한 투자협약서와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의결해 첨부한 노사 상생발전협정서의 이행 여부가 될 전망이다.

광주형 일자리 ‘헌법’이나 다름없는 투자협약서의 근본정신을 존중하고 서로 한발씩 양보해 이행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GGM이 진정한 노사상생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형 일자리와 GGM의 양대 축인 한국노총 등 지역 노동계는 일자리재단과 상생위를 통해 노동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킨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향후 출범할 두 기구의 기능과 역할에 광주형 일자리와 GGM의 운명이 맡겨지게 됐다.

노동계의 복귀를 계기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간 마찰 등 상당수 걸림돌은 제거됐지만 완성차 공장 완공을 전후해 불거질 광주형일자리의 구체적 근무여건과 복지혜택 범위 등을 논의하는 문제는 또다른 시험대이자 노사 간 힘겨루기의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노동계와 물밑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끝에 오해와 불신을 털고 ‘일자리재단’이라는 옥동자를 낳았다”며 “광주형일자리는 시대적·역사적 과제로 반드시 임기 내에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