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을 국민이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 개헌 발안제’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사안이 ‘원포인트 개헌안’으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과정일 뿐 지금이 개헌 논의를 할 때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개헌 논의가 공론화될지 주목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20대 국회 남은 임기 동안 본회의를 한 번 더 열어 남은 법안과 함께 원포인트 개헌안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처리하는 과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리 과정을 거치는 게) 헌법정신을 준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에 제안을 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 148명은 지난 3월 6일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더해 국회의원 선거권자(100만명 이상)도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안을 발의했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 동의로 발의된 이 개헌안은 3월 10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고됐다.
헌법 제130조는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가 필요하다. 의결 시한이 5월 9일인만큼 민주당은 통합당에 8일 본회의 개최를 제안한 상태다. 본회의를 열어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남은 미쟁점 법안도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개헌안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면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지게 된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본회의 개최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은 원포인트 개헌 공감대와 별개로 “여권의 개헌 논의는 정권 연장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김성원 통합당 대변인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여야를 떠나 코로나19 극복 노력을 할 때 개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돼야 하는 사항이고 21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 개헌 발안제에 대한 찬반 양론도 분분하다. 찬성하는 쪽에선 1987년 개헌 이후 33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개헌 논의를 촉진하고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한다고 평가한다. 반면 유권자 100만명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의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포퓰리즘 정치에 이용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유권자 100만명이라는 현행 기준 보다 200만명이든, 유권자의 5%든 좀 더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