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 대해 산업안전공단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무려 6차례나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며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업체 측은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어처구니 없는 ‘안전불감증’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셈이다.
30일 공단의 ‘이천 물류창고 공사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 및 확인 사항’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3월 25일부터 올해 3월 16일까지 1년 동안 서류 심사에서 2회, 현장 확인에서 4회 총 6번이나 업체 측에 공사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건설공사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나 위험요인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당국은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에 불꽃이 튀면서 순식간에 폭발해 사상자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공단 지적 사항에는 이런 문제점이 그대로 적시돼 있었다.
지난해 3월 25일 공단 심사내용을 살펴보면 공단은 ‘마감공사 저온 및 냉동창고의 우레탄 뿜칠작업 시 시공단계별 작업안전계획 보완 작성 등 4건’에 대해 업체 측에 보완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런 보완 요청이 공사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월 29일 현장 확인에서 공단은 ‘향후 우레탄폼 판넬 작업 시 화재 폭발 위험 주의’를 요구했다. 사고 발생 불과 44일 전인 지난달 16일에도 공단은 ‘향후 불티비산 등으로 인한 화재위험 주의’를 당부했다.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당시 최초 폭발이 시작된 장소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작업이 동시에 이뤄진 것도 확인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전인 29일 오후 1시30분쯤 물류창고 지하 2층 C라인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는 우레탄폼에 발포제 등을 첨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우레탄 작업을 할 때는 화학반응으로 인해 유증기(기름증기)가 발생하는데 마침 이 부근에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이럴 경우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 폭발로 연결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공사현장에서의 인화성 액체·가스 등 취급 작업과 화기 작업의 동시 작업을 일절 금지해 화재 발생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 등 강화된 안전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