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비대위’ 후일로 미룬 통합당…김종인 “내게 묻지 말라”

입력 2020-04-30 17:58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인 심재철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중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오는 8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지도부에 당 진로에 대한 결정을 위임했다. 새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5선의 주호영 의원과 4선이 된 권영세‧김기현 당선인 등이 거론된다.

심재철 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차기 전당대회는 2020년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는 당헌을 개정할지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 임기 연장이 무산된 당내 상황을 설명했고, 김 전 위원장은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물어볼 것도 답할 것도 없으니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에 따라 비대위 체제가 들어설지,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세울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주 의원과 권영세, 김기현 당선인은 당이 필요로 하면 앞장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찬성하던 주 의원과 권 당선인은 당내 의견을 다시 모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주 의원은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의 체제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권 당선인도 “앞으로 원내대표 선거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그사이 21대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가 모여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하는지 다시 한번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김 전 위원장을 ‘메시아’처럼 보는 시선에는 동의할 수 없고, 다른 카드가 없다는 데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토론’이 결집할 경우 다른 후보가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3선의 김태흠, 장제원 의원과 조해진 당선인 등은 ‘자강론’을 펴고 있다. 장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가 연말까지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직하는 안을 제안한다”고 했고, 조 당선인도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하면서 당헌에 규정된 대로 전당대회를 진행할 수도 있다. 새 원내지도부가 당의 총의를 모아서 순리적으로 정도를 따라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통합당 의원 간 신경전도 이어졌다. 심 권한대행은 홍 전 대표가 연일 당 지도부와 김종인 비대위를 거세게 비난하는 데 대해 “홍 당선자는 무소속이다. 밖에서 남의 당 일에 감 놔라 팥 놔라 참견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의원도 “홍 전 대표가 생각 없이 쏟아내는 막말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공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금도조차 없는 그가 우리 당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심희정 김이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