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부터 연극 ‘페스트’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1945’ 등의 온라인 상영회를 열었던 국립극단은 영상을 올리기 전 상영작 창작진, 배우, 스태프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계약 당시 ‘온라인 공연’에 관한 합의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영상 저작권은 국립극단에 있지만 ‘온라인 공연’을 가정하지 않고 찍은 영상이기에 배우, 연출가 등 모든 관계자들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발레단처럼 전속단원이 있으면 그나마 초상권 문제에선 자유롭지만 시즌 단원제와 작품에 따른 캐스팅을 하는 국립극단은 그렇지 못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공연을 선보이는 온라인 스트리밍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여러 국공립 예술기관을 중심으로 공연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민간의 경우엔 EMK뮤지컬컴퍼니 등 일부 제작 및 기획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상영에는 큰 숙제가 있다. 바로 ‘저작권’ 문제다.
현재 온라인 상영은 기록용 영상을 재가공해 내보내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무관중 생중계와 비교해 예산이 적게 들고, 자막 삽입 등 간단한 편집만 거치면 바로 선보일 수 있어서다.
이때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공연 기관과 단체가 온라인 상영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계약을 한 경우가 많아서다. 배우 개런티나 공연 기간, 저작물의 권리에 관한 내용 등 기본적 내용은 물론 계약서에 담겼지만 온라인 상영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온라인 공연’이 향후 수익을 발생시키거나, 동의 없이 공개될 경우 새로운 저작권 분쟁이 생길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는 과거 영상을 적극 활용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달 ‘NFLIX 상영회’라는 타이틀 아래 과거 인기를 끈 연극 6편을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공개한 남산예술센터 측은 “애초에 기록용으로 만든 영상이기에 공개 여부와 상영 기간 등을 재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공연도 예외는 아니어서, 안무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등 국내외 굵직한 공연을 담은 ‘디지털 스테이지’를 기획한 LG아트센터도 해외 공연단체·에이전트 등과 하나하나 접촉해 허락을 구했다. 2일 대학로에서 개막하는 ‘서울연극제’의 경우 무관중 형태의 프린지 행사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를 저작권 문제 등을 고려해 하이라이트 영상만 공개하기로 했다.
물론 온라인 상영을 전제하고 계약이 이뤄진 특수한 케이스도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4~5월 ‘집콕! 오페라 챌린지’로 선보이는 8편의 영상은 공연 이벤트를 녹화·중계하는 ‘KBS 중계석’(KBS1)에서 방송된 영상들로, 계약 당시 성악가·연출자 등에게 무료 영상 송출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저작권을 둘러싼 다른 측면의 문제도 있다. ‘일회성’이 본질인 무대예술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이래은 연극연출가는 “공연예술은 현장성이 중요한 장르”라며 “온라인 공연을 염두에 둔 작품들이 아닌 만큼 온라인으로 공개할 때 충분한 협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